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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도의 별’ 료코, 끝내 지다…올림픽 3연패 좌절 동메달 그쳐

입력 | 2008-08-11 08:55:00


“주부로 돌아갈래요” 선수생활 접고 눈물의 은퇴

‘일본 유도의 영웅’ 다니 료코(32·결혼전 다무라 료코)가 올림픽 3연패 달성에 실패하며 끝내 매트 위에서 눈물을 흘렸다.

료코는 9일 베이징 과학기술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유도 48kg급 준결승에서 알렉산드라 드미트루(루마니아)를 상대로 지도패를 당해 3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올림픽에 출전해 처음으로 3,4위전으로 밀려난 료코는 분풀이 하듯 통쾌한 한판승으로 동메달에 만족했다.

1991년 바로셀로나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만 15세의 나이로 동메달을 따내 화려하게 등장한 료코는, 이듬해 바로셀로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일본 여자유도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금메달이 유력 시 됐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결승에서는 당시 무명이던 북한의 계순희에서 예상지 못한 패배를 당하며 은메달에 그쳐 일본 유도계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금메달의 꿈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이뤄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한 료코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통산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동메달에 머물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그의 나이 벌써 서른둘이다.

하지만 료코는 통산 다섯 번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의 빛나는 업적을 이루며 아름답게 퇴장했다. 기대했던 금메달은 아니지만 료코는 실망하지 않았다. 9일 경기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인 료코는 “두 살배기 아들에게 금메달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다. 이제는 주부로 돌아가겠다. 준결승에서 지도를 3개 받고 졌는데 전력을 다한 결과였다.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심판의 판정에 불만은 없다”고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료코의 인기는 대단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민 남동생’ 박태환(19·단국대)의 금메달을 기다렸듯, 일본의 국민은 꿈에서도 료코의 올림픽 3연패를 염원했다. 일본인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보고 싶어 했던 경기가 료코의 유도였고 해피엔딩을 원했지만 결론은 눈물의 은퇴였다.

료코는 작지만 빼어난 기술을 앞세워 세계 여자 유도를 주름잡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직전까지 84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7·마사회)가 전성기 시절 48연승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세계 여자유도선수권에서는 7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료코는 1975년 9월 6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 결혼 전의 성은 다무라(田村).

귀여운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야와라!’의 주인공에 비교되어 ‘야와라짱’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2003년 12월 1일 당시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의 다니 요시토모(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결혼하며 성을 다니로 바꾸었다.

남편 다니는 “비록 동메달에 그쳤지만 내 눈에는 금메달로 보인다”며 아내를 응원해 뜨거운 부부애를 과시했다. 비록 올림픽 3연패의 꿈은 무산됐지만 동메달을 목에 건 그의 퇴장은 아름다웠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