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 전도사 \'이매진 피스\'의 이혜영씨. 그녀의 선한 웃음이 빛난다.
이혜영씨와 그 일행이 찍어온 고향 사진을 보고 있는 티베트 난민.
인도 라자스탄주의 맨발 대학 야학에서 공부하는 여자 아이들. 이들이 유일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누리는 안락이 누군가의 고통을 통해 생산된다면 그 여행이 과연 내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출판사에 다니는 이혜영(37)씨는 지난해 티베트를 거쳐 네팔을 찾았을 때 느닷없이 이 같은 회의에 맞닥뜨렸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러 출발지인 네팔 포카라에 갔지만 트레킹에 동행하는 포터들의 인권 침해 사실을 전해 듣게 된 것.
포터들이 들 수 있는 짐 총량의 국제 기준은 20㎏이지만 한국인 여행객들은 포터들에게 40~50㎏의 짐을 들도록 강요한다. 심지어 산 정상에서 백숙을 먹겠다면서 압력 밥솥까지 싸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 높은 산을 오르면서 제대로 된 등산화는커녕 장비가 워낙 부실하고 처우가 열악한 탓에 부상하는 포터들이 많아 네팔의 사회문제가 될 정도다.
"중간에 하산하면 돈을 받지 못 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산행하다 고산병으로 쓰러진 포터가 있었는데, 결국 동상으로 발가락을 모두 잘라냈다고 해요"
초콜릿의 달콤함 뒤에 어린이 노동자들의 쓰디 쓴 눈물이 있듯 여행의 즐거움을 만드는 사람들의 슬픔을 목도한 것이다.
이씨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는 대신 포카라의 티베트 난민촌을 찾았다. 그 곳에는 50년 전 티베트를 떠나온 뒤 한 번도 고국 땅을 밟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300명 정도 모여 산다.
"티베트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을 보여 드렸더니 아무 말도 못 하신 채 눈물만 흘리셨어요. TV도 인터넷도 없는 곳이라 고국의 모습을 50년 동안 못 보신 거죠."
이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눈물을 잊지 못 해 올해 6월 포카라 난민촌을 다시 찾았다. 인화한 티베트의 사진을 그 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어서다.
이 씨는 '공정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이매진 피스'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공정 여행'은 단지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현지인과 관계 맺는 여행, 다국적 기업이 아니라 현지인에게 즐거움의 대가를 지불하는 여행, 현지 문화를 배우고 존중하는 여행이다.
2006년부터 조금씩 '착한 여행'을 위해 모여든 이들은 소리소문 없이 '일'을 냈다.
헌책을 팔거나 모금을 통해 모은 돈으로 그간 여행해온 분쟁지역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짓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 1호, 인도네시아 아체에 2호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도서관을 세우고 싶은 곳은 많지만 이씨의 눈에 밟히는 곳은 올해 6월 다녀온 인도 라자스탄의 '맨발대학'이다.
71년 문을 연 '맨발대학'은 가난한 여성에게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곳으로 천민계급 여자 아이들을 위한 야학도 운영하고 있다.
인도의 가난한 가정에서 어린 나이에 지참금에 팔려 시집 온 여자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남자 아이들을 대신해 집안의 주요한 일손이다.
대여섯 살 남짓한 여자아이들이 하루 종일 염소나 물소를 치다가 밤이 되면 골목 바닥에서 작은 등불에 의지해 공부를 하러 모여든다.
"야학에 모인 아이들이 나지막이 부르던 노래는 '왜 저를 이렇게 빨리 시집 보내셨나요' 라는 내용이었어요. 지친 몸으로 공부하던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도 도서관을 지어주고 싶습니다."
1)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여행
인도 고아의 한 5성급 호텔은 주변 5개 마을의 소비량과 같은 양의 물을 사용한다. 현지의 물과 전기를 아껴 쓴다.
2) 동식물을 돌보는 여행
네팔 치트완 국립공원의 코끼리는 관광객을 태우는 법을 배우기 위해 쇠사슬로 묶여 있거나 쇠갈고리로 얻어맞기도 한다. 이런 투어 프로그램 이용을 자제한다.
3)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필리핀 매춘 관광객 1위는 한국인이다. 한국 남성들의 성매매 행태는 필리핀 신문에서 'Ugly Korean'으로 다뤄질 정도다.
4)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네팔 관광 수익의 70%는 다시 해외로 빠져나간다. 다국적 기업 체인보다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교통을 이용한다.
5)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동남아 특산물이나 보석은 현지 어린이나 여성들을 착취한 제품들이 많다.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하거나 가격을 지나치게 깎지 않도록 한다.
6) 관계 맺는 여행
현지의 인사말을 배우고 고마움을 전하는 선물을 마련한다. 기념품보다는 친구가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7) 여행지의 사람과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종교나 생활 방식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춘다. 이슬람 국가에서 기도 중 사진을 찍거나 비키니를 입고 활보하는 것은 금물이다.
8) 고마움을 표현하는 여행
우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돈으로 사는 물건처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9) 기부하는 여행
여행 경비의 1%를 현지 시민 단체에 기부한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1달러를 던져주는 것은 빈곤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10) 행동하는 여행
동식물을 해치거나 인권을 무시하는 등 현지에서 일어나는 비윤리적인 일에 항의한다.
출처= 이매진 피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