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표 선수 가족들 보다 우리가 더 가슴 졸이죠."
한 TV홈쇼핑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선수의 결승전 경기가 열리는 동안은 매출이 사실상 '0'이 됐다가, 경기가 끝나면 평소보다 판매량이 크게 느는 게 반복되고 있어 금메달이 밉기고 하고 고맙기도 하다"는 것이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수영 자유형 400m 결승전이 열린 10일 오전 11시 반.
GS홈쇼핑이 이 시간대에 편성한 '완도산 활 전복'은 불과 10개가 팔리는 데 그쳤다. TV홈쇼핑이 편성한 상품이 10개 밖에 안 팔렸다는 것은 '굴욕'에 가까운 수치.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 사정이 달라졌다. 시상식 직후 편성한 란제리 제품 '르메이유 컬렉션'과 화장품 '글로우스파'는 각각 3600건과 4100건의 주문이 몰려 2시간 만에 5억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평소 같은 시간대에 비해 150% 이상 판매량이 늘어난 것.
CJ홈쇼핑도 이날 경기가 끝나기 전인 오전 11시 40분까지 주문이 거의 없다가 경기가 끝난 뒤부터 디지털카메라 '캐논 익서스80' 주문이 폭주하기 시작해 1100대 가량을 단숨에 팔아치웠다.
프로그램 시청률 역시 평소보다 40% 가량 높았다는 게 CJ홈쇼핑 측의 설명.
다른 금메달리스트들도 홈쇼핑 업계를 웃고 울렸다.
최민호 선수가 유도에서 첫 번째 금메달을 딴 9일 오후 6시경 GS홈쇼핑이 편성한 '한스킨 비비크림'은 경기 전후 1시간 20분 동안 주문 액이 1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평소의 88% 수준. 하지만 시상식이 끝난 뒤 편성한 삼익 모던 디럭스 소파는 50분 만에 3억 원어치 주문이 들어와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2배 많은 양을 팔았다.
CJ홈쇼핑은 10일 오후 8시 10분부터 캐논 디지털카메라 'DSLR 450D'모델을 편성해 4억3000만원 어치의 주문을 받았다.
축구경기는 8시 반경 시작됐지만 미리부터 TV앞에 자리 잡고 앉은 20~30대 남성 고객들의 주문이 몰렸다는 것. CJ홈쇼핑 관계자는 "방송은 1시간 이상 계속 했지만 대부분의 주문이 8시 10분~30분 사이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올림픽 시작 전 TV홈쇼핑 업계에서는 "특정 채널에 집중된 올림픽 중계방송이 홈쇼핑 매출에는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비관론과, "전반적인 TV 시청률이 높아져 매출도 함께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맞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가지 설(說) 모두 맞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홈쇼핑 업체 관계자들은 올림픽 기간 내내 경기 시간대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게 됐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순간적으로 매출이 하락하지만 전체적인 매출은 늘고 있다"며 "박태환 선수를 비롯한 한국 대표 선수들이 홈쇼핑 업계에도 '선물'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