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올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상당수 조사 대상 소비자들은 럭스 비누, 팬틴 샴푸 등 많은 외국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 브랜드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사용 중인 외국 브랜드를 중국 브랜드로 바꿀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바꾸겠다”고 답한 소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최근 중국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지만 중국 소비자의 실질적인 구매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BCG는 올해 중국 13개 도시 소비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애국심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중국의 국수주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自國) 브랜드 선호 추세도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과는 일부 반대되는 결과다.
BCG는 “상당수 중국 소비자들은 겉으론 자국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하면서도 가격과 품질을 따져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중국 소비자 공략에 성공한 기업 대부분은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바탕으로 현지 브랜드로 위장하는 ‘카멜레온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BCG는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70여 개 브랜드의 국적을 구별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0%가 외국 브랜드를 자국 브랜드로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가정용품 등에서 이 같은 현상이 심했다.
BCG 조사 결과 팬틴, 헤드&숄더, 콜게이트, 폰즈, 럭스 등 외국 브랜드를 중국 브랜드로 잘못 알고 있는 중국 소비자가 80%를 넘었다. 펩시나 네슬레 등 유명 브랜드조차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중국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었다.
BCG는 “이들 브랜드는 대부분 중국어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중국 배우를 광고에 사용하는 등 최대한 중국 브랜드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며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의 고급 소비자들조차 중국 브랜드로 착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용 중인 외국 제품을 자국(自國) 제품으로 바꿀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지만 아무도 긍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BCG는 밝혔다.
BCG는 “중국인들도 다른 국가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품질, 구체적인 혜택을 훨씬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카멜레온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