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튜더 왕조를 그린 드라마 ‘튜더스2-천일의 연인’에서 헨리 8세 역을 맡은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 사진 제공 CJ미디어
헨리 8세(1491∼1547).
형이 죽은 후 형수와 결혼한 후 궁녀를 아내로 삼으려 종교까지 바꾼 남자. 아들을 낳기 위해 총 여섯 명의 여자를 갈아 치웠으며 강력한 왕권을 휘두른 독재 군주. 그래서일까. 독일 화가 한스 홀바인의 초상화에 등장하는 그는 뚱뚱하고 욕심이 그득해 보인다.
그러나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31)가 재해석하는 헨리 8세는 다르다. 뇌쇄적인 눈빛, 날렵한 턱선과 근육질 몸매는 헨리 8세에 대한 기존 통념을 뒤집었다. ‘튜더스-천년의 스캔들’에 이어 현재 케이블 채널 CGV에서 방영되고 있는 ‘튜더스2-천일의 연인’에서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 등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마이어스’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마여수’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국내에 많은 팬이 있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역할을 제의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 나는 헨리 8세처럼 생기지가 않았는데….’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시청자뿐만 아니라 비평가조차 ‘저 배우는 헨리와 비슷한 게 하나도 없어’라고 말한다면 정말 큰 문제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헨리 8세에 대한 많은 기록물이 존재한다. 역사 속 인물을 표현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부담이 컸다. 홀바인이 그린 헨리의 초상이 자꾸 거슬렸다. 하지만 드라마 속 헨리 8세는 내 역할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 솔직히 헨리 8세가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이 있나. 우리는 누군가 남겨 놓은 문헌으로 당대 인물을 짐작할 뿐이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변하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역사를 다시 쓴다.”
―당신만의 방식이란….
“나는 역사상 가장 섹시하고 충동적인 왕을 연기하고 싶었다. 감독과 작가들은 분명 내게서 그들이 생각한 헨리 8세에 걸맞은 뭔가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들은 신선하고 젊고 충동적이고 맹렬한 헨리를 원했다. 나 또한 육체적인 제약 없이 다른 것을 창조할 수 있었다.”
―종종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왕 역할은 어떤가. 촬영장이 아닌 일상에서는 헨리 8세가 아닌 조너선으로 금세 돌아오는지….
“매일 매 순간 왕의 역할은 나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맴돌고 있다. 촬영장을 벗어난 공공장소에서도 나는 왕처럼 행동하고 생각한다. 늘 우아하고 고상해야만 한다고 끊임없이 되뇐다. 내가 왕이 되지 않는 유일한 순간은 매주 일요일 아침 축구를 하는 두 시간뿐이다.”
―시즌 1과 비교해 시즌 2에서 헨리 8세는 어떻게 변하는가.
“헨리 8세는 이제 그를 보좌하는 신하에게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그는 예전처럼 어리석지 않다. 그의 왕국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점점 외롭고 위험한 길로 접어들어 괴팍하고 사악해진다.”
―한국에서 당신은 ‘마여수’라는 별칭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무엇이 사람들을 ‘튜더스’에 빠져들게 한다고 생각하는지….
“‘튜더스’의 헨리 8세는 일단 젊고 잘생겼고 육체적으로 건강하다. 여기에 화려한 의상과 장소,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염한 정사 장면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이 드라마 속엔 TV가 제공할 수 있는 오락적인 요소가 다 담겨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