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어”한국 남자양궁대표팀의 임동현 이창환 박경모(왼쪽부터)가 11일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이탈리아와의 결승에서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하이파이브를 하며 금메달 획득을 자축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베이징 올림픽 양궁 남녀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원정 응원을 온 대한양궁협회 정의선 회장(뒷줄 가운데) 등이 11일 남자 단체전 시상식이 끝난 뒤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은 남녀 개인전에서도 동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마지막 한 발이 남았다. 8점 이상을 쏘면 금메달이었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의 박경모(33)는 사선에 섰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70m 떨어진 과녁을 조준한 뒤 힘차게 활시위를 당겼다. 그의 손을 떠난 화살은 빠르게 꼬리를 흔들며 과녁을 향해 날았다. 화살은 지름 122cm의 과녁 한가운데를 약간 벗어난 곳에 꽂혔다. 9점. 금메달이었다.
전날 여자 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6연패를 이뤘고 남자 양궁 대표팀도 3연패를 달성했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11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 그린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단체전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227-225(240점 만점)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27점은 올해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24발짜리 단체전 신기록이다. 여자 양궁 대표팀도 이날 관중석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남자 대표팀을 응원했다.
○ 위기를 자신감으로 넘다
남자 양궁 대표팀의 결승전 초반은 산뜻했다. 1엔드 초반 임동현(22) 이창환(26) 박경모가 연이어 10점 과녁을 맞히며 기선을 제압했다. 2엔드까지 12발 가운데 10발을 10점에 맞히며 이탈리아에 117-111로 앞섰다.
한국은 3엔드에서 흔들렸다. 6발 가운데 1발만 10점을 맞히며 55점에 그쳤다. 그사이 이탈리아는 10점을 5발이나 맞히며 59점을 올려 172-170까지 추격당했다. 마지막 3발씩을 남겨 놓고 이탈리아에 199-199로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남자 양궁 대표팀은 마지막에 강했다. 이탈리아가 모두 화살을 쏜 4엔드 218-225상황에서 마지막 궁사 박경모가 9점을 과녁에 꽂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박경모는 “팀 동료들이 연습할 때 실력을 백분 발휘해 우승할 수 있었다”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올해 처음 올림픽 대표가 된 이창환은 결승전에서 10점을 5발이나 맞힌 수훈갑. 그는 “첫 올림픽 무대여서 많이 긴장됐지만 팀 동료들이 10점을 맞히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연습경기에서 마지막 3발을 남기고 모두 10점을 맞힌 적도 있어서 이탈리아에 진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내성적인 세 남자 하나로 뭉치다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성은 달라도 성격은 닮았다. 임동현과 이창환 박경모는 모두 내성적이다. 남자 양궁 장영술 감독이 큰 소리로 야단을 치지 못할 정도다.
그런 이들이 중국과 4강전에서는 대범했다. 중국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열혈 관중 앞에서 221-218로 이겼다.
임동현은 “야유 섞인 중국 관중의 응원이 거슬렸지만 팀원들끼리 서로를 다독이며 재미있게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장영술 감독은 “베이징으로 출국하기 전에 활이 갈라져 다른 것으로 바꾸면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15일 개인전에 출전한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와 지난해 세계선수권, 올해 월드컵 개인전을 석권한 임동현이 금메달 1순위다. 박경모와 이창환도 메달을 노린다. 단체전에서는 하나였던 이들은 남자 양궁 최초의 개인전 금메달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 한편 중국은 양궁 단체전 3, 4위전에서 우크라이나를 221-219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