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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지명관 前 KBS 이사장

입력 | 2008-08-13 03:01:00

1970년대 유신 독재체제 시절 ‘TK생’이라는 필명으로 일본 잡지 ‘세카이’에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소개했던 지명관 전 KBS 이사장. 그는 “KBS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방송에 대해 잘 알면서도, 점진적으로 개혁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영 실패 - 편향 방송… 정연주 해임은 당연”

지명관(84) 전 KBS 이사장은 12일 “우리 사회에 합법적 선거를 통해 이뤄진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않고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정연주 KBS 사장이 물러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공영방송을 특정 정치세력의 근거지로 사유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 전 이사장은 2003년 4월 정 사장이 취임할 당시 KBS 이사장을 맡았다. 지 전 이사장은 “처음 서동구 씨를 밀었던 청와대 라인 쪽에서 ‘이번엔 정연주 씨를 민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를 폭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영 실패와 편향된 방송을 해온 정 사장의 해임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KBS 사장의 임기보장을 외치던 정 사장이 11일 결국 해임됐는데….

“정 사장이 연임할 때 노조의 반대로 뒷문으로 들어가더니, 이런 모습으로 나가게 돼 무척 유감이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부사장과 7명의 본부장을 현황 보고나 업무인계도 받지 않고 하루아침에 쫓아내고, 프로그램 개편도 전면 중단시켰다. 당시 ‘혁명’을 하듯 정 사장이 KBS를 사유화하는 것을 보고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정 사장은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속에서 KBS를 위해 어떠한 비전 제시나 경영 혁신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이런 가운데 오직 정권을 흔들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鄭 버티기, 특정정치세력의 KBS 사유화 위한 것

대통령에 해임권…새 사장은 공정한 언론인으로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권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통령이 임명한 만큼 해임할 수 있다고 본다. 방송법에는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돼 있는 반면, ‘해임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규정은 없다. 해임권이 없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다. 만일 KBS 사장이 어떤 정권과 결탁해서 편향, 왜곡된 방송을 해왔는데, 정권이 교체됐는데도 방송을 계속해서 사적 기관처럼 운영한다면 나라가 혼란해질 것이다.”

지 전 이사장은 2003년 2월 노 대통령 취임 당시 ‘대통령취임사 준비위원장’을 맡으며 노무현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는 같은 해 5월 KBS 이사장 임기를 마칠 즈음 정 사장에게 공개적인 편지를 보내 ‘방송의 사유화’를 강력히 비판했다.

―정 사장은 감사원의 경영적자 지적에 대해 ‘공영방송은 돈 버는 곳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국이다. 수백억, 수천억 원씩 적자를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대한 경영을 합리화해야 하며, 국민에게 받은 돈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박 사장 시절에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조와 대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러한 경영합리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수신료 인상을 요구했으니 받아들여지겠는가. 먼저 뼈를 깎는 경영합리화 노력이 있어야 국민이 수신료 인상을 승인해줄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석 달간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우리가 끝까지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했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합법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권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협력해줘야 한다. 그러나 대선 이후 우리사회에는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배 아파하고, 어떻게 하면 끌어내릴까 궁리하는 세력들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서 ‘대통령 OUT’이라는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는 것도 그 이유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전 집권세력과 야당은 원활한 정권교체에 협조하고, 차기 정권인수를 노려야 한다.”

―새로운 KBS 사장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가.

“KBS 사장에 이명박 정권을 위해 사는 사람을 뽑는다면, ‘또 다른 정연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KBS에도 해가 되고 정권이나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KBS 사장에는 덕망 있고 공정한 언론인을 모셔야 한다. 새 사장은 KBS 내부에서 목소리 큰 사람, 정치적인 사람들보다는 능력 있는 사람이 역량을 발휘하게 해주어야 한다.”

:지명관 前이사장:

△1924년 평북 정주 출생

△1954년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1956∼1970년 덕성여대 교수, 덕성여고 교장

△1964∼1967년 월간 ‘사상계’ 주간

△1974∼1993년 일본 도쿄여대 교수

△1993∼2003년 한림대 한림과학원 일본학연구소장

△2000∼2005년 KBS이사장

△2004년∼ 일본 교토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외국 인연구원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알려왔습니다

박권상 전 KBS 사장은 본보 13일자 A29면 ‘경영실패, 편향방송, 정연주 해임은 당연’ 기사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내 스스로 KBS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정부 측에 밝혔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