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정부합동조사단의 황부기 단장이 12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 합동브리핑센터에서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아산, 직원에게 “원래 있었다 말하라” 지시
합동조사단 “5시15분경 피격”… 北주장과 배치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 직후 현대아산의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이 관리소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해수욕장 경계 울타리 근처에 출입금지 표지판을 뒤늦게 설치하고 부하 직원에게 거짓 진술까지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정부 합동조사단은 12일 중간 수사 브리핑에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합조단에 따르면 현대아산의 이종관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은 사건을 보고받은 직후 출입금지 표지가 부착된 로프를 모래언덕 앞에 새로 설치해 놓고 부하 직원 2명에게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부터 표지판이 부착돼 있었다”고 거짓 진술 할 것을 지시했다.
당초 현대아산 측은 군사통제지역과 해수욕장의 경계선 100m 중 해안선에 가까운 30m에는 녹색의 경계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고 모래언덕으로 방치해 왔다. 모래언덕은 높이 1∼2m, 폭 4m 정도로 경사가 완만해 관광객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또 모래언덕 부근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출입금지 표지판은 해안에서 100여 m 떨어진 지점에 설치돼 있었던 데다 크기가 40×30cm에 불과하고 문구도 ‘진입할 수 없습니다’라고만 돼 있었다.
박 씨가 출입금지 표지판을 전혀 보지 못한 채 모래언덕을 넘어 군사통제지역으로 들어갔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합조단은 “현대아산의 부실한 안전관리와 박 씨 사망의 인과관계 여부는 계속 수사해야 할 사안이며 형사처벌 문제도 진상규명이 된 뒤에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합조단은 다른 관광객이 촬영한 사진 등을 참고한 결과 숨진 박 씨가 지난달 11일 오전 5시 6분경 해수욕장 울타리를 통과했고 9분 뒤인 5시 15분경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당일 오전 4시 50분경 경계 펜스로부터 800m 떨어진 지점에서 박 씨를 발견했고 500m를 남쪽으로 달린 박 씨에게 4시 55분에서 5시 사이에 총격을 가했다는 북측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