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에서 유도 김재범(한국마사회)의 별명은 ‘싸움닭’이다. 승부욕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아무리 연습경기라도 절대 봐주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 동료들의 전언이다. 그런 면에서 김재범은 타고난 승부사이다. 특히 심리전에 강하다. 상대의 성질을 건드리고 약을 올리는 스타일인데, 여기에 말려들면 헤어나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그의 주특기는 상대를 흔들어서 지치게 하는 전법(?)이다. 변칙 플레이에 굉장히 능하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구력. 대표팀이 1-7월 사이 3차례 체력 테스트를 했는데, 김재범은 지구력 면에서 항상 최상위에 속했다. 연장전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자신의 지구력을 믿기 때문이다. 이날 준결승 연장 승부에서 이긴 것도 승부욕과 지구력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국내에서는 통했어도 체력과 파워가 뛰어난 유럽 선수에게도 통할 수 있느냐’였다. 하지만 김재범은 자신의 스타일을 십분 살려 귀중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금빛 메치기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한 베이징올림픽이었다. 73kg에서 이원희, 왕기춘에 가려 만년 ‘2인자’였던 그가 지난해 갑자기 체급(81kg)을 올리면서 예상과는 달리 승승장구했고, 이제는 4년 뒤를 향한 골드 프로젝트를 세워도 될 만큼 훌쩍 커 버렸다.
베이징=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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