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영이 역도 남자 69kg급 용상 184kg 3차 시기에서 실패한 뒤 무릎을 꿇은 채 바를 놓지 못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바늘을 꽂자, 장딴지는 한(恨)을 담은 피를 토했다. 흐르는 핏물처럼 4년의 노력은 흩어져 갔다.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이 12일 중국 베이징 항공한천대학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남자역도 69kg급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메달 꿈을 날렸다.
이배영은 인상에서 155kg을 들어올리며 한국기록을 경신했다. 랴오후이(중국)에 이어 2위에 올라있었다. 용상 1차시기 도전중량은 184kg. 저크 동작에서 클린 동작으로 바벨을 힘차게 들어올리는 순간, 왼쪽 장단지에 근육경련이 왔다.
7월30일 태릉역도장에서 열린 남자대표팀 무대훈련에서 이배영은 185kg도 가볍게 들었다. 연습 때는 190kg 이상도 거뜬했다. 어느 대회보다 좋은 컨디션이었다. 역도인들은 “이번에는 합계 345kg이상은 충분하다”고 했다. 포기할 수 없었다. 2차시기를 앞두고 피까지 뽑으며 최후의 수단을 강구했지만 저크 동작마저 실패했다.
이배영의 투혼에 감동한 중국관중들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 때처럼 이배영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3차시기에 오른 이배영은 온 힘을 다해 저크 동작을 성공시켰지만 역기를 하늘 위로 쳐 올리는데 실패했다. 바벨과 함께 나뒹군 이배영은 무대를 주먹으로 치며 원통함을 표현했다. 4년의 눈물이 서린 무대 위에는 한국역도 최고 테크니션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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