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 색깔과 방송 시간 및 횟수는 비례한다" "방송사는 올림픽 정신이 뭔지 알고 있는가"
방송 3사의 올림픽 중계가 인기 종목과 금메달 획득 경기에 편중되어 시청권을 무시하고 전파를 낭비한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포털사이트 올림픽 게시판과 각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는 다양한 경기와 여러 선수를 보고 싶다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2008 베이징올림픽 기간 동안 중요한 핵심 경기를 나눠 중계 방송하는 순차 방송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특정 인기 선수와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경기를 동시 중계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했어도 비인기 종목이거나 메달 획득 가망성이 없는 종목은 아예 볼 수조차 없는 것.
박태환(19) 선수의 자유형 200m 결승전이 있던 12일 오전, 방송 3사는 경기 시작 20분전부터 박태환 선수의 경기를 편성했다. 경기는 시작부터 종료까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무려 1시간 가까이 편성해 해설과 경기 장면을 반복해서 내보냈다.
200m 결승전이 중계되는 시간, 이현일(28) 선수가 출전한 배드민턴 단식 16강과 오은석(25) 선수가 출전한 펜싱 사브르 경기가 열렸지만 이들 경기는 TV를 통해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결과조차 알 수 없었다.
중복 방송이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KBS1은 13일 01시 55분부터 '베이징 올림픽 하이라이트'를, KBS2는 0시 45분부터 '베이징 24시'를 방송 주요 경기 장면을 짜깁기해 방송했다. 베이징 올림픽 하이라이트를 방송한 MBC(0시)나 SBS(0시45분)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디 dragonia61을 쓰는 누리꾼은 올림픽 중계 방송 내용을 보면 '베이징 올림픽' 중계 방송이 아니라 '전국 체전' 중계 방송으로 간판을 바꿔야 할 판이라며 "90년대에는 새벽 시간에라도 중계되지 않은 나머지 경기를 보여줬는데 요즘에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몇몇 경기만 TV에서 볼 수 있다"라고 씁쓸해했다.
아이디 apfhd707 누리꾼은 박태환 선수의 수영 경기 재방송보다 지금 진행 중인 경기를 보고 싶다면서 "방송사가 비인기 종목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무더위에 지친 시청자들이 요트나 조정 경기를 보고 싶다는 글도 올라왔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이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 3사 중 어느 한 곳도 중계하지 않았다.
더구나 금메달을 딴 선수의 경기에만 방송을 집중하는 것은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을 차별하고 그들의 땀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오후 펜싱 플뢰레 개인전의 남현희(27) 선수와 유도 73㎏급의 왕기춘(20) 선수는 값진 은메달을 땄지만 시상식조차 중계하지 않았다. 12일 박태환 선수의 은메달 시상식과는 비교가 되는 장면이다.
아이디 happypjc 누리꾼은 "은메달이나 동메달이면 잠깐 방송하고 다른 금메달 딴 화면을 리플레이하고 있다. 4년을 노력해 온 선수들이 불쌍하다"며 더 이상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디 ekek328 누리꾼은 "왕기춘 선수는 부상에도 열심히 했는데 경기에 패하자마자 화면이 바뀌어 황당했다"며 방송 3사는 올림픽 정신을 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방송사들이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복 방송을 계속하는 것은 거액의 중계료와 광고 수입 때문이다.
12일 TNS 시청률 순위를 보면 시청률 상위 10개 프로그램 중 7개를 수영과 유도 등 올림픽 중계가 차지했다. 방송사들이 세계인의 평화 축제인 올림픽 중계조차 공영성보다는 영리를 우선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