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얼어붙자
업무 사실상 올스톱
상반기 보도자료 1건
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관계 개선 및 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신설한 4개 부처 내 6개 부서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으면서도 과거 조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서의 인원은 모두 42명이다.
이는 동아일보 경제부가 최근 통일부를 제외한 정부 14개 부처에 △남북관계 관련 부서 및 인원 △해당 부서가 상반기 낸 보도 및 발표자료 △해당 부서의 상반기 주요 업무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각 부처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획재정부(당시 재정경제부)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 지식경제부(당시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등 4개 부처는 지난 정부 때 남북관계를 전담하는 팀이나 과를 6개 추가로 만들었다.
이들 6개 부서가 올해 상반기에 낸 보도자료는 단 1건이었다. 그것도 외교부 대북정책협력과가 5월 중순 미국의 대북(對北) 식량지원 계획 발표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밝힌 간단한 문건. 자체 정책이나 추진 사업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국토부 남북협력팀은 상반기 업무에 대한 질문에 “남북관계 경색 국면으로 상반기에 진행한 주요 업무는 없다”고 답했다. 해당 부서 인원은 7명이다. 다른 부처 부서들도 ‘정책 협의 및 조정’, ‘마케팅 지원방안 검토’, ‘국제적 여건 조성 노력’, ‘북한 동향 분석’ 등 추상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지난해 책정된 올해 예산을 대부분 쓰고 있다. 재정부 남북개발전략과는 경제관련 남북협력사업에 2억7000만 원, 지경부 남북경협정책과는 남북산업자원 협력기반 구축사업에 2억 원이다.
남북관계 전담 부서가 급증한 시기는 2005년 하반기였다.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방문해 “핵을 폐기하면 전력을 송전하겠다”는 ‘중대 제안’을 했다. 9월 6자회담에서는 북핵 폐기에 합의한 공동성명이 나왔다.
남북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통일부가 주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부처마다 전담 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청와대와 여당에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2005년 9월 태스크포스(TF)였던 남북교통과를 정규조직인 남북교통팀으로 전환했다. 산자부는 같은 해 11월 남북경협 지원을 위한 남북경협총괄지원팀을 신설했다. 재경부 역시 2005년 4월에 만든 남북경제팀을 12월 말 남북경협과와 개발전략과로 나누어 확대 개편했다. 2006년 3월 외교부는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만들었고 산하에 2개 과를 거느린 평화체제교섭기획단이 생겼다.
예전부터 남북관계 전담 부서를 운영해온 국방부와 법무부를 합치면 남북관계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곳은 6개 부처, 9개 부서가 된다.
재정부는 3월 남북경협과와 개발전략과의 이름을 남북경제정책과와 남북개발전략과로 바꾼 채 조직은 그대로 남겼다. 두 부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담당하던 주요 부서지만 올해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아 업무의 상당부분이 공백으로 남아 있다.
한 관계자는 “놀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업무의 특성상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함부로 조직과 인원을 줄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