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서 적으로
어제의 동지가 내일은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한국 신궁들이 그렇다.
올림픽 양궁 단체전을 3연패한 남자 양궁 대표팀이 13일 개인전 예선에서 박경모 임동현 이창환 모두 16강에 진출해 15일 금메달을 노린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단체전이 처음 정식 종목이 된 후 6연패를 이룬 여자 양궁도 전날 모두 예선을 통과해 14일 개인전 7연패에 도전한다.
이에 따라 남녀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 선수끼리 금메달을 다투는 상황도 예상된다.
한국 남자 양궁은 개인전에서도 강했다. 이날 베이징 올림픽삼림공원 양궁경기장에서 열린 32강전에서 이창환은 유수프 괵투으(터키)를 117-109로 꺾었다. 117점은 1996년 오교문(호주 감독)이 세운 올림픽 기록(115점)을 2점 경신한 것.
박경모는 32강전에서 궈전웨이(대만)를 111-110, 임동현은 리처드 존슨(미국)을 115-106으로 각각 누르고 16강에 올랐다.
여자 대표팀 박성현 윤옥희 주현정도 전날 개인전 예선에서 2승씩을 챙기며 16강행을 확정했다. 윤옥희는 32강전에서 마리피에르 보데(캐나다)를 114-107로 꺾었다. 114점은 올림픽 타이기록.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인, 단체 2관왕 박성현은 32강전에서 아냐 히츨러(독일)에게 112-107, 주현정은 세계 랭킹 3위 나탈리아 발레바(이탈리아)를 110-108로 각각 눌렀다.
국제양궁연맹(FITA)은 “한국 여자선수 3명이 모두 강력한 금메달 후보”라고 평가했다. 한국 여궁사의 실력 차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여자 양궁의 간판 박성현은 개인전 우승 1순위로 꼽힌다.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단체전 2연패를 이뤘고 개인전 2연패까지 노린다. 9일 랭킹 라운드에서 673점(만점 720점)의 올림픽 타이기록으로 1위에 오르며 금메달에 가장 근접해 있다.
하지만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아테네 올림픽까지 개인전을 2연패한 경우는 한 번도 없어 박성현이 처음으로 2회 연속 개인전 우승의 기념탑을 쌓을지가 관심사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윤옥희와 주현정도 다크호스다. 윤옥희는 랭킹 라운드 2위(667점), 주현정은 3위(664점)에 올랐다. 현 세계 랭킹 1위인 윤옥희는 최근 양궁 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하는 등 상승세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