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파이란’ 중국인 여주인공 인유찬
연기학교 졸업후 탤런트 활동
中오디션서 50 대 1 경쟁 뚫어
“베이비복스 노래 개사해 불러
비 송혜교 안재욱 정말 좋아요”
가슴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머리, 커다란 눈과 가냘픈 몸매.
외모는 다르지만 뮤지컬 ‘파이란’은 영화 속 그 이미지에 부족함이 없다. 만난 적 없는 남편에 대한 순수한 사랑으로 많은 관객을 눈물짓게 했던 ‘파이란’(9월 11일∼11월 2일 서울 동숭동 이다 극장)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홍콩 여배우 장바이즈(張柏芝)가 맡았던 주인공 파이란 역에는 인유찬(殷有粲·22) 씨가 캐스팅됐다. 작품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한 달여간 중국 현지에서 오디션을 진행해 중국 배우를 뽑은 것.
인 씨는 중앙희극학원 베이징영화학원 상하이희극학원 중앙음악학원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예능학교 교수들에게 추천을 받은 50여 명 중 찾아낸 ‘보석’이다.
영화 ‘파이란’을 여러 차례 봤다는 그는 유명 배우인 장바이즈와 같은 역을 맡은 것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장바이즈는 매우 훌륭한 배우”라면서도 “영화와는 다른 스타일의 파이란을 보여 줄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그는 “영화 속 파이란은 한없이 착하고 다소 약한 이미지였지만 뮤지컬에서는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파이란’은 영화보다는 원작인 일본 소설 ‘러브레터’에 충실한 스토리 전개를 따른다. 영화에서는 파이란의 순수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세탁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설정했으나 뮤지컬에서는 원작대로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또한 파이란의 남편 강재와 폭력조직의 연결 고리는 등장하지 않으며 결말에서도 죽지 않는다.
중국 충칭이 고향인 인 씨는 배우가 되기 위해 12세 때부터 베이징으로 옮겨 5년 동안 전통무용을 배운 뒤 중앙희극학원 연기과에 들어갔다. 궁리, 장쯔이 등 세계적인 여배우들이 이곳에서 배출됐다.
그는 지난해 이 학교를 졸업한 뒤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 경력을 쌓아 왔다. 그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드라마 ‘용봉성향’이 싱가포르에서 방영되고 있다.
인 씨는 “사천요리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대장금과 비슷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다른 신세대처럼 한류의 영향을 받은 그는 “비 송혜교 안재욱을 좋아한다”며 “특히 ‘베이비복스’의 ‘아이 미스 유’는 가사가 무척 맘에 들어 직접 중국어로 개사해 부르곤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파이란’의 제작사인 모아엔터테인먼트의 남기웅 대표는 “인 씨가 뮤지컬 경력은 없지만 중앙희극학원이 연기 무용 노래 등을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최고 권위의 국립학교인 만큼 노래와 무용 실력이 탁월했다”며 선발 이유를 밝혔다.
인 씨는 “한국 동료들이 친절하고 연습 과정이 재미있지만 가끔 가족이 보고 싶다”며 “동료들과 쇼핑을 하며 우울한 기분을 달랜다.
한국은 좋은 화장품이 중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기회가 닿는 대로 화장품을 많이 사고 싶다”며 20대 여성다운 모습을 보였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