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결정한 사과문을 내보냈다. 온 나라에 광우병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국민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지 106일 만이다. MBC가 사과방송을 하기까지 만만찮은 내부 진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지만 부정적 여론과 검찰 수사,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이중 삼중의 압박에 내몰린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나마도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엄기영 MBC 사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PD수첩’의 문제 제기는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세계 90여 개국 국민이 먹는 미국산 쇠고기를 광우병 쇠고기라고 몰아붙인 ‘PD수첩’은 공공의 이익을 해친 기능이 훨씬 더 컸다. MBC가 자기중심의 논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MBC는 그동안 외부 번역자에게 슬그머니 책임을 전가하거나, 주류 신문의 과장보도 때문에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고 발뺌을 하다가 내부 대책회의를 통해 ‘최대한 시간을 끌기’로 하고 버티기를 했다. 이번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결정에 따라 기계적인 사과 방송을 했을 뿐이다.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자발적인 프로그램 편성은 아예 없다.
MBC는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을 통해 ‘방송을 둘러싼 논란이 일부 신문의 악의적인 보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광우병 프로그램의 오류를 지적한 주류 신문을 부당하게 공격했다. MBC가 PD수첩의 오류에 대해 사과방송을 내보냄으로써 주류 신문의 지적이 옳았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MBC 뉴스데스크는 야간 불법시위를 평화적, 자발적 시위라고 옹호하며 시위대의 폭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았다. ‘생방송 오늘 아침’이란 프로그램에서 전·의경 부모들의 인터뷰를 왜곡 편집해 내보낸 것이 바로 며칠 전이다. 기본적인 취재윤리도 지키지 않고 입맛에 맞는 내용만 짜깁기해 국민을 오도한 ‘PD수첩’ 행태의 연장이다.
MBC는 노조가 회사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노영(勞營)방송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노무현 정부 때는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문순(현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씨가 사장을 했다. MBC 노조는 사측의 사과 방송 결정 수용에 반대하며 농성에 들어갔고 시사교양국 PD들은 ‘제작 거부’ 운운하고 있다. MBC가 보도와 제작의 편향성을 바로잡고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에는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