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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여, 날 위해 울지마오”

입력 | 2008-08-14 02:54:00


中최고 무용수 류옌, 올림픽 개막식 연습중 하반신 마비

“개회식처럼 기적 만들겠다” 병상서 재기다짐 13억 눈시울

“올림픽을 위해 일하다 다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예쁜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병상에 누운 20대 아가씨는 해맑게 웃으며 손으로 ‘V’자를 그렸다. 인생을 바꾼 엄청난 부상에도 그녀는 이처럼 희망을 잃지 않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연습 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20대 젊은 무용가의 사연이 중국인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최근 양쯔(揚子)만보 등 중국 언론들은 비운의 주인공 류옌(劉巖) 씨의 소식을 앞 다퉈 소개하고 있다.

류 씨는 8일 열린 개회식에서 실크로드를 매혹적인 춤사위로 그려내는 중요한 배역이었다. 영롱한 하늘색 조명은 오직 그만을 비추고, ‘선녀’로 변신한 그녀는 나풀대는 긴 천으로 동서 문명의 교통로를 눈앞에 펼쳐낸다. 1시간이 걸린 예술 공연에서 단 하나뿐인 ‘독무(獨舞)’. 류 씨가 맡은 역할은 이처럼 크고 특별했다.

하지만 개회식을 12일 앞둔 7월 27일 밤. 그에게 견디기 힘든 시련이 찾아왔다.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에서 막바지 연습을 하다 무대장치 고장으로 3m 높이에서 떨어진 것. 이 사고로 그는 척추를 다쳤고 하반신의 감각을 잃었다.

9세 때 무용을 시작해 중국 국내의 각종 상을 휩쓸고, 13억 중국인이 본다는 중국 최고의 TV 프로그램 ‘춘제완후이(春節晩會)’에도 출연한 중국의 촉망받는 무용수는 이처럼 한순간에 장애인이 됐다. 발동작이 특히 아름다워 ‘하나뿐인 다리’라는 별명이 붙은 그에게 하반신 마비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개회식이 끝나고 장이머우(張藝謀) 개폐회식 총감독은 류 씨를 다시 찾았다. 장 총감독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면서 그에게 “개회식의 우렁찬 박수 속에, 나는 당신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내 마음속의 진정한 영웅이다”라고 쓴 종이를 내밀었다.

류 씨는 장 총감독에게 “걱정 마세요. 견뎌낼 수 있습니다”라며 “당신이 세계를 위해 (개회식이라는) 기적을 만들었으니, 나도 당신을 위해 기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베이징=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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