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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혁 금, 세계를 들다…男역도 16년만의 쾌거

입력 | 2008-08-14 08:19:00


4번의 수술과 4번의 눈물 … 올림픽서 366kg 번쩍 ‘감동의 인간승리’

베이징올림픽을 한 달 앞 둔 태릉선수촌. 본격적인 중량훈련에 돌입했지만 인상을 시도할 때마다 트라우마가 피어올랐다. 2007세계선수권. 사재혁(23·강원도청)은 심각한 팔꿈치 부상을 입었고, 3위에 그쳤다. 1년이 지나는 동안 통증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한 번 깨진 유리조각은 붙여도 금이 남아 있다. 출국을 앞두고 사재혁은 “솔직히 두렵지만 베이징에서는 몸이 부서져도 들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홍천중학교 시절, ‘힘 좀 쓴다는 이유’로 역도부에 끌려(?)갔다. 남부럽지 않은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항상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01년, 처음으로 오른 무릎에 칼을 댔다. 2003년에는 어깨, 2005년에는 손목 때문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불과 2년 전 만해도 사재혁은 김광훈과 이정재에 이어 77kg급의 3인자였다.

하지만 불운하다고 탓하지 않았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문영진 박사는 “(사)재혁의 근력은 타고 났다”고 했다. 같은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해도 동료들보다 소위 ‘펌핑(Pumping)’이 잘된다. 순발력은 서전트점프가 1m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힘만 믿다보니 기술에 취약했다. 바르지 않은 자세는 몸의 이상을 부추겼다. 하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상체근력의 문제도 발견했다.

동료들은 사재혁을 ‘사무라이’라고 부른다. 지기 싫어하는 근성은 강훈련으로 이어졌다. 서서역기를 들기 위해서 일단 누웠다. 지루한 벤치프레스가 이어졌다. 태릉에서 사재혁은 항상 상의를 벗고 있었다. 훈련도중 잊혀질만하면 거울 앞에 섰다. 사재혁은 “좌우균형을 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이형근 감독은 “나날이 달라지는 몸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가슴근육과 함께 사무라이의 꿈도 부풀어 올랐다. 훈련의 피로함 때문에 몸이 상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유일한 걱정거리였다.

용상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 근력이 완성되면서 인상기술보완에 돌입했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문제와 무릎의 이중 굽힘 동작을 보완했다. 사재혁은 4월, 포항에서 열린 2008역도왕중왕대회에서 한국기록으로 우승한 뒤 “이제 힘쓰는 요령을 알았다”고 했다.

7월30일, 사재혁은 태릉역도장에서 열린 무대적응훈련에서 용상210kg을 들어올리며 천기를 누설했다. 비공인세계신기록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실전에서 세계를 다시 한 번 들어올렸다. 4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던 아픔도, 재활기간 쏟았던 눈물도, 힘으로만 역도한다는 비아냥도 한 번에 씻어낸 순간이었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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