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올림픽수영센터에서 열린 남자 400미터 계영경기에서 미국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펠프스가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양 손을 번쩍 치켜들고 가슴을 쑥 내밀며 환호성을 지른다.
올림픽 기간 중 눈에 익숙한 풍경이다. 승자들은 모두 그렇게 환호한다.
13일 수영 남자 자유형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마이클 펠프스와 동료들의 사진을 보면 이 '승자의 포즈'가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3명의 남자 수영 선수들은 동시에 양 손을 번쩍 쳐들고 보란 듯 가슴을 내민 채 머리를 뒤로 젖히며 입을 한껏 크게 벌리고 포효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승자의 포즈'는 인간, 더 나아가 모든 영장류에게 공통된 본능적 행동이다.
미국 LA 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과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과학자들은 2004년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의 유도 경기를 촬영한 사진들을 비교 분석했다.
37개국에서 온 올림픽 선수들과 장애인 선수들 140명의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선천적 시각 장애인 선수들도 승리가 확정됐을 때 앞을 보는 선수와 마찬가지로 양손을 번쩍 치켜들고 가슴을 내미는 '승자의 포즈'를 취했다.
선천적 시각 장애인 선수들은 '승자의 포즈'를 남을 보고 따라 배웠을 리 없다. 따라서 학습의 차이, 동서양의 차이와 무관하게 모든 문화권 출신 선수들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승자의 포즈'는 인간의 본능적 행동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이 논문은 이번 주 초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보에 실렸다.
팔을 쭉 펴고 과장하는 듯한 이 '승자의 포즈'는 침팬지와 원숭이 세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행동이다.
UCLA의 인류학자인 대니얼 F.T. 페슬러 교수는 "동물의 세계는 우월성을 과시하는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고 설명한다.
새들은 깃털을 부풀리고 고양이는 등을 둥그렇게 만다. 적들보다 커 보이고 적에게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한 본능적 제스처다.
과학아카데미 회보에 논문을 발표한 심리학자 제시카 L. 트레이시는 "승자 뿐 아니라 패자들의 위축된 포즈 역시 본능적"이라고 설명했다.
선천적 시각 장애인 선수들은 경기에서 졌을 경우 모두 어깨를 구부정하게 늘어뜨리고 가슴을 웅크리는 위축된 행동을 보였다. 앞을 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미국이나 서유럽처럼 개인주의적 문화권에서 자랐으며 앞을 보는 선수들은 패배 앞에서도 용감한 표정을 지으며 수치심과 당당히 맞서는 자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논문은 개인주의적 문화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아주 수치스러운 일이므로 선수들이 패배로 인해 위축되는 본능적 행동을 의식적으로 억누르고 감정을 숨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