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史(청사)는 역사책이다. 푸른 竹簡(죽간)에 기록했으므로 그렇게 불렀다. 靑(청)은 검은색을 가리키기도 한다. 靑絲(청사)는 검은 머리털을 비유하기도 한다. 남을 업신여겨 눈알의 흰자위만 보이며 흘겨보는 것이 白眼視(백안시)이니, 좋아하거나 소중하게 여기며 바라보는 靑眼視(청안시)의 靑(청)은 검은 눈동자이다.
誰(수)는 ‘누구’에 해당하는 의문대명사이다. 見(견)은 人(인) 위에 目(목)을 더해 눈의 작용을 나타냈다. 나타나다 또는 드러내다의 뜻이면 ‘현’으로 읽는다. 出現(출현)이나 現在(현재)의 現(현)을 대신할 수 있다. 今見(금현)은 現今(현금)과 같으며 지금 또는 오늘날이다.
功(공)은 일하다가 본뜻이며 업적이나 공로 또는 공훈의 뜻이 있다. 力(력)이 의미요소이고 工(공)이 발음요소인 형성자이다. 새로운 글자를 만들며 기존의 어떤 글자를 발음요소로 취할 때 당연히 그 의미도 고려했을 것이다. 따라서 발음요소는 발음 외에 의미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경우도 많다.
功(공)의 경우도 그렇다. 기술자 또는 정교하다는 뜻의 工(공)은 사람이 공구를 지닌 모양을 본떴으며 功(공)의 발음 외에 그 의미에도 작용한다.
名(명)은 口(구)와 夕(석)을 모은 회의자이다. 어두워 안 보이므로 입으로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것이라는 ‘설문해자’의 풀이가 흥미롭다. 勝(승)은 力(력)이 의미요소이고 朕(짐)이 발음요소이다. 견뎌내다의 뜻과 이기다 또는 능가하다의 뜻이 있다.
우리는 역사서 속의 오래된 과거를 생각하며 지금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세계 속 지금의 우리가 어느 때 못지않게 빛나는 것은 아닌가.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고. 서쪽 정벌의 사신을 전송하는 唐(당) 岑參(잠삼)의 ‘輪臺歌(윤대가)’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