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허문명]짝퉁 올림픽

입력 | 2008-08-15 02:56:00


전(前)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베이징 지국장 올리버 오거스트는 지난해 7월 20일자 신문에 베이징 내 불량전구 실태 취재를 하다가 회사 직원들에게 ‘연행’된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들은 “우리 회사는 이 지방에서 제일 큰 고용주이자 납세자다. 지방 정부는 정의 구현을 실현할 권한(사법권)을 우리에게 맡겼다”며 8시간이나 억류하고 취재 경위를 취조했다. 이 불량전구 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지방 관리는 전구 폭발 피해를 본 소비자가 소송을 못하게 방해까지 했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다.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가장 큰 골칫거리가 부패다. 뇌물로 해결되는 일이 많아 법치(法治)가 무시된다. 입법 사법 행정 간에 견제와 균형도 없다. 언론자유도 없다. 2월 중국을 비상사태로 몰아간 폭설 대란도 홍콩 등 외국 언론에 의해 대란 3주 뒤에나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평소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거나 위기를 경고하는 독립 언론이 존재하지 못한 게 피해를 증폭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짝퉁’이 의류 시계 술 담배 애견사료 달걀 치약 장난감 의약품에까지 창궐하는 원인은 이런 허약한 시스템에 있다. 급기야 올림픽 개막식 일부 공연까지 가짜로 드러났다. 주경기장 무대에서 중국 국기를 보며 ‘가창조국(歌唱祖國)’을 부른 9세 소녀의 노래가 사실은 ‘립싱크’였다. 선발 시험에서 1등한 7세 소녀가 있었지만 “얼굴이 충분히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중국 공산당 최고 권력 집단인 정치국 멤버가 립싱크를 지시했다. 전 세계 8억4000여만 TV 시청자에게 생중계한 ‘발자국’ 모양 불꽃놀이도 녹화한 것이었다. 평소 흐린 날이 많은 베이징 밤하늘을 감안해 불꽃도 뿌옇게 하고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것처럼 카메라를 살짝 흔드는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거쳤다.

▷중국 누리꾼들조차 “올림픽도 가짜로 만들면 무엇인들 못 하겠느냐”고 흥분했다. 정작 중국 포털 사이트에선 ‘개막식 립싱크’ 기사도 찾기 힘들다. AP통신은 ‘중국 당국이 이미 검열에 나섰다’고 했다. 개혁 개방 30년 만에 세계무대에서 ‘글로벌 거인’으로 우뚝 선 중국이지만 진정한 대국이 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