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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유도 8년만에 메달 정경미, 아쉬운 銅

입력 | 2008-08-15 02:56:00


초등학교에 다니던 태권 소녀는 어느 날 TV에서 유도 중계를 봤다. 누가 나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너무 멋져 보였다. 그리고 유도 소녀가 됐다.

1남 2녀 중 막내로 바로 위 언니와 11세 차이가 나는 늦둥이 소녀는 그 뒤로 한우물만 팠다. 매일 매일을 매트 위에서 보냈다.

정경미(23·하이원)는 연습 벌레였다. 용인대 정훈 유도학과장은 “연선고 재학 시절 실력도 좋고 누구보다 성실해 스카우트했다”며 “열심히 하라는 말이 필요 없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했던 정경미가 8년 만에 여자 유도에서 메달을 땄다.

정경미는 14일 베이징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78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지난시 시우바(브라질)를 누르기 한판승으로 꺾었다. 3회전(8강)에서 하이데 볼레르트(독일)를 장기인 한팔업어치기 한판으로 누르고 4강에 올라온 정경미는 얄레니스 카스티요(쿠바)에게 지도패를 당했다. 경기 중 도복 자락에 스쳐 한쪽 콘택트렌즈가 빠졌다. 두 눈 시력 차이 때문에 경기에 애를 먹었다. 특기인 업어치기를 하려면 일단 잡아야 하는데 잘 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기술을 걸지 못해 아쉽다”고 눈물을 흘린 정경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아예 콘택트렌즈를 모두 빼고 나왔다.

여자 유도는 정경미 덕분에 8년 만에 메달을 땄다. 1992년 김미정(72kg급), 1996년 조민선(66kg급)이 금메달을 따며 황금시대를 맞았던 여자 유도는 2000년 동메달만 3개를 딴 뒤 2004년에는 아예 메달이 없었다.

정경미는 “그동안 남자 유도에만 관심이 몰리는 게 너무 섭섭했다. 동료들과 이번에는 우리도 꼭 금메달을 따자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