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원로 한의학자 류근철 박사(왼쪽)가 KAIST에 578억 원을 기부하기로 한 약정서를 서남표 총장과 함께 들고 있다.
“류근철 박사님이 돕기로 한 학교라니 저도 조금이나마 발전기금을 내고 싶습니다.”
14일 오전 9시경 경기 정부과천청사 부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안중만(56) 씨가 KAIST 발전재단에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전화를 걸어왔다.
안 씨는 “1978년 류 박사님이 서울 서대문 인근에서 한의원을 할 때 약을 지어 먹고 위장병이 나았다”며 “KAIST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당시 병을 고쳐준 신세를 갚기 위해 발전기금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100만 원을 발전재단에 송금했다.
이 잔잔한 미담은 이날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KAIST 대강당에서 서남표 총장과 내외빈, 직원,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류근철 박사 발전기금 약정식’에서 김수현 발전재단 상임이사가 소개했다.
578억 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하기로 약정서에 서명한 류근철(82·전 경희한방병원 부원장) 박사는 약정식에서 “KAIST가 노벨상 수상자를 낼 수 있는 세계적인 대학이 되길 바라고 이를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며 “KAIST에 기부할 수 있도록 주선해준 분들에게 오히려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순흥 교학부총장은 “류 박사님은 이렇게 큰돈을 기부하셨지만 서너 개에 1만 원짜리 넥타이를 매고 1만, 2만 원대의 값싼 바지를 남대문시장에서 사 입고 다닐 정도로 검소하다”고 소개했다. 류 박사는 이날도 그런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