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진출이 좌절된 올림픽 축구 대표팀 선수단이 귀국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선수들의 표정은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과는 대조적으로 무덤덤했다. 심지어 일부는 미소를 띠고 장난까지 쳤다. 그저 대한축구협회 임직원만 ‘죽을 상’이었다.
실망한 팬들에 대한 죄송함도 별로 없었다.“세계와 격차를 느꼈다” “기간이 길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다”는 뻔한 대답을 반복했다.
한결같이 시간 부족과 조직력 문제를 거론했다. 김진규는 “기간은 길었는데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며 “아시아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빅리그 경험이다. 우리들은 유럽에서 뛴 선수가 거의 없었다”고 변명조로 일관했다.
평가전에서 펄펄 날다가 정작 본선에서 졸전을 거듭한 이근호는 “골이라는 게 뜻대로 되지 않더라”며 “시간이 더 있었다면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온두라스와 3차전에서 실수를 연발한 조영철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짤막한 소감만을 전했다.
박성화 감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수들은 잘했다. 모든 게 내 불찰이었다”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변명에 가까웠다. 부상당한 김승용을 끝까지 데려간 까닭을 묻자 그는 “선수 의지가 강했다.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고, 대회 참가 소득에 대한 물음에는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부분이 뒤졌다” “시간이 부족해 조직력을 다질 수 없었다”고 답했다.
요즘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올림픽축구팀을 성토하는 비난 여론이 난무한다. ‘박태환이 연습할 수 있도록 축구장에 물을 채우라’는 결코 웃을 수 없는 글까지 올라온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실패. 축구팬들은 좌절을 반복하고 있지만 주연 역할을 했던 선수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인천국제공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관련기사]“온두라스 이겼지만…” 8강행 좌절
[관련기사]8강 탈락 축구대표, 아쉬운 귀국
[관련기사]한국축구 ′성장통인가, 뒷걸음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