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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치하 한글 잡지 ‘신세기’ 결호 2권 공개

입력 | 2008-08-16 02:59:00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호화 결혼식 기사를 실어 발행인이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잡지 ‘신세기’의 결호 두 권이 새로 공개됐다.

신세기의 발행인 곽행서(1995년 별세) 씨의 아들 곽창선(사진·72) 씨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상황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선친이 보관해 온 잡지를 요긴한 곳에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본보에 밝혔다.

신세기는 1939년 1월부터 1941년 6월까지 발행된 잡지로 곽 씨가 보관하고 있는 것 중에는 연세대와 고려대 도서관에 없는 1939년 2월과 12월호가 포함돼 있다.

새로 발견된 잡지 두 권에는 춘원 이광수의 소설 ‘늙은 절도범’과 ‘귀책’을 비롯한 다양한 소설과 시 수필 등이 실려 있고 당시 세태를 알 수 있는 르포 기사가 담겨 있다.

발행인 곽행서 씨는 1940년 4월호에 친일파로 당시 권세가 드높던 박흥식(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른 구속 1호)의 호화 결혼식 참관기를 싣는 바람에 옥고를 치렀다. 동아일보 1940년 4월 21일자와 5월 14일자, 5월 25일자에는 관련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곽 씨는 “아버님은 창씨개명은 물론 거부했고 일제가 종이 공급을 무기로 잡지의 일본어 발행을 강요하는 탄압에도 적극적으로 맞섰다”며 “아버님은 생전에 자신의 묘비명으로 ‘성을 갈지 않은 사람, 한국사람 곽행서 여기 누워 있다’를 직접 써 둘 정도로 애국심이 넘치셨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곽 씨의 부친은 초대 국무총리 이범석 장군의 공보비서관을 지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