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m 결선행 실패…400·200m 금·은 “한국수영 희망 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수영의 희망을 쏘아올린 한 주일 이었다.
박태환은 15일,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자유형 1500m 예선 3조에서 15분05초55를 기록, 8명이 오르는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의 모든 경기일정을 마쳤다.
10일, 자유형 400m에서 72년 만에 아시아의 끊어진 올림픽자유형 금맥을 이은 박태환은 이틀 뒤에도 아시아선수 최초로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자유형은 신체적인 조건과 파워가 중요해 아시아선수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박태환의 재능과 노민상 감독의 지도력,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의 과학이 신체의 한계를 넘어섰다.
박태환은 엄청난 부력과 빠른 영법을 구사할 수 있는 천부적인 감각이 있었다. 노 감독은 박태환을 7세 때 발굴, 만14세 이전에 완성되는 지구력을 키웠다. 송 박사는 생리학을 기초로 한 24주 골드프로젝트로 망가진 박태환의 몸을 단시간 내에 재생시켰다. 노 감독은 “(박)태환이가 모델이 된다면 앞으로 후배 유망주들을 만들어내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태환은 이제 겨우 19세.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더 나은 기량을 보일 잠재력이 있다. 특히, 중·장거리에 속하는 400m뿐만 아니라 단거리로 분류되는 200m에서도 메달을 획득한데 큰 의의가 있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는 “박태환은 폐활량이 좋은데다 속근(단거리용)과 지근(중·장거리용)의 중간형태인 타입2A근육이 발달해 스피드뿐 아니라 지구력까지 고루 갖췄다”고 했다. 턴과 돌핀킥의 문제만 보완한다면 4년 뒤에는 200m에서도 세계정상을 두드려볼 만하다. 장거리를 준비하기에는 훈련기간이 짧았던 만큼 1500m도 가능성이 있다.
노민상 감독은 “2달 이상만 훈련 기간이 더 있었다면 1500m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박태환의 성과는 비단 수영뿐만 아니라 육상 등 한국기초스포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태생적인 한계를 논할 것이 아니라 재능 있는 선수를 조기에 육성,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운용한다면 ‘제2의 박태환’과 ‘한국의 류시앙’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베이징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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