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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고향 고리市 주민들 “스탈린 저주 되살아나나”

입력 | 2008-08-18 02:55:00



러-그루지야 휴전서명 후 철교폭파로 고립… 필사의 탈출 잇따라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휴전 합의서 서명이 끝난 16일 그루지야 산업의 동맥이라 불리던 고리 시 외곽 철교가 폭발사고로 무너졌다.

폭발사고가 난 고리 시 외곽 철교는 그루지야 기차가 카스피 해에서 생산된 석유를 흑해로 실어 나르던 통로였다.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서로 상대방을 비방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 정부가 러시아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저지른 것”이라고 했으며 그루지야는 “고리 시에 주둔하던 러시아군이 그루지야의 숨통을 죄기 위해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휴전 합의서에 서명한 뒤 종전을 기다리던 고리 시 주민들은 이 철교 붕괴로 음식물 반입이 끊겨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했던 구호단체들은 “상황이 극도로 악화됐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휴전에 합의하고도 전쟁이 계속되는 고리 시의 이중적 운명에 대해 오세티야인들은 “고리에서 태어난 스탈린이 소련의 권력자가 된 뒤부터 숱하게 겪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북오세티야(러시아 영토) 주민들은 “1899년 고리에서 신학교에 다니던 이오시프 주가시빌리(스탈린의 본명)가 그루지야 민족주의에 심취했다가 레닌의 부하가 된 뒤 자기 고향을 말살하는 이중 행각을 드러낼 때부터 고리는 ‘저주’받은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루지야 출신 주민들에 따르면 스탈린은 1920년대 초반 혁명 동지와 그루지야 언어를 없애는 데 앞장섰다. 그의 이중성은 레닌의 마음을 사로잡아 공산당 간부로 출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스탈린은 민족주의의 싹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출신지 그루지야와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을 아울러 ‘자캅카스’ 공화국을 만들고 고리 시에는 다민족으로 운영되는 군수공장과 산업철도를 건설했다.

이번 전쟁에서 고리 시는 스탈린 유물 간 상쟁의 터가 됐다. 러시아군이 시내를 폭격한 전투기나 그루지야 정부군의 전차 장갑차 탄약고는 모두 소련 시절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철군을 미루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8일부터 그루지야에서 철군하겠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7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내일(18일)부터 철군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