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병 나르고 쇠구슬 새총 쏜 30대 구속
바리케이드로 경찰진입 봉쇄 ― 차로 돌멩이 날라 새총 공격 ― 미확인 액체 담긴 병 투척
최근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참가자 규모는 훨씬 줄어들었지만 더욱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일반 시민들의 참가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노숙자나 무직자들이 폭력적인 행동에 적극 가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양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새총 쏜 노숙자=서울지방경찰청은 9일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인근에서 경찰에 염산을 던지는 데 가담한 김모(33) 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17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염산이 든 병을 다른 시위 참가자에 건네주는 등 염산 투척을 도왔고 경찰을 향해 새총으로 쇠구슬을 쏜 혐의다.
김 씨는 16일 오후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나타났다가 채증 사진을 통해 김 씨를 알아본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등에서 노숙을 하면서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모 의경 등 전경 2명의 웃옷을 벗기고 때린 또 다른 김모(33) 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도 일정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꾸준히 시위에 참가하는 노숙자, 무직자의 수가 적을 때는 20∼30명에서 많게는 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자신의 처지나 사회에 대한 불만 때문에 시위에 가담하고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불법시위 현장에서 채증 사진에 찍히더라도 주거가 일정치 않은 이들은 검거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경찰은 밝혔다.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주말 과격 시위 재연=16일 밤∼17일 새벽에는 시위대가 돌과 유리병 페인트상자를 마구 던지고 폭죽과 새총을 쏘는 과격 시위가 재연됐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주변에 모여든 400여 명의 시위대는 수차례에 걸친 차로 점거 시도가 경찰의 제지로 무산되자 은행연합회관에서 명동성당으로 올라오는 길 등 경찰의 진입이 예상되는 골목들을 차례로 막았다.
시위대는 폭이 5m도 채 되지 않는 골목에 차량을 비스듬하게 세우고, 쓰레기가 담긴 봉투와 각목 등 주변에서 구한 물건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오후 10시 50분경에는 차량 1대가 돌이 가득 담긴 것으로 보이는 마대자루 5, 6개를 싣고 가톨릭회관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경찰에 목격됐다.
시위대는 오후 10시 반경 가톨릭회관 후문 쪽에서 인근에 대기 중이던 경찰을 향해 40여 발의 폭죽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새총을 쏘고 성당 안으로 달아나는 숨바꼭질을 반복했다.
오후 11시 반경에는 경찰을 향해 3개의 드링크 병이 날아왔고 병이 땅 바닥에 떨어지자 연기가 피어오르고 고약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경찰은 이 액체가 염산인 것으로 추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키로 했다.
밤이 깊어지자 일부 시위대는 성모 로터리 부근까지 몰려나와 주변의 보도블록을 깨뜨려 경찰을 향해 던졌다.
이 과정에서 정류장에 서 있던 1005-1번 버스 유리창이 깨졌고 경찰관 1명이 부상했다. 이들이 던진 1000여 개의 돌로 명동성당 부근은 17일 오전까지 아수라장이 됐다.
시위대는 날이 밝은 뒤 성당에 미사를 보러 오는 이들이 늘어나자 일반 시민 틈에 섞여 해산했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된 진보연대 한상렬 공동대표를 17일 구속했다.
한 대표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해 5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 신고 없이 불법시위를 이끈 혐의를 받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