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만 떼도 2.43m나 날아가
16일 밤 10시30분(현지시간), 베이징 궈자티위창에는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9만여 관중은 일제히 기립했고, 이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향했다.
남자 육상 100m 결승의 출발선. ‘탕!’ 총성이 울리자 인간탄환들은 총알처럼 스타트 블럭을 박차고 나갔고, 관중들의 함성은 다시 요동쳤다.
준결승에서 9초85로 기록이 가장 좋았던 4번 레인의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다. 스타트 반응속도가 0.165로서, 0.130-0.140대인 경쟁자들에 뒤진 7위였다. 하지만 1초, 2초, 3초, 초침이 한 칸씩 이동할 때마다 4번 레인은 엄청난 보폭과 폭발적인 탄력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중반 이후부터는 독무대였다.
그리고 20m를 남겨두고는 곁눈질로 옆 레인을 살핀 뒤 승리를 확신한 듯 우승 세리머니 준비를 했고, 손동작으로 여유를 부리면서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결승선까지는 겨우 41번의 스트라이드만에 도달했다. 승자를 위한 축하의 환호성이 폭발했고, 승자는 조국의 국기를 몸에 감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9초69.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세계 기록(9초72)를 100분의 3초나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사상 처음으로 9초7의 벽을 허문 의미있는 기록이다. 출발한 지 41번의 발자국만에 결승선에 도달, 한발자국당 평균 2.43m씩 뛴 것으로 나타났다.
5월4일 자신의 3번째 100m 도전에서 9초76을 찍어 육상계를 깜짝 놀라게 한 볼트는 6월1일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그랑프리 대회에서 9초72를 기록, 작년 9월 아사파 파월(26·자메이카)이 세운 종전 세계기록을 100분의 2초 앞당겼다. 이때부터 볼트는 올림픽 금메달 후보 0순위였다. 그리고 불과 두 달만에 다시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지구상 최고의 스트린터로 우뚝섰다.
경기 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마지막 순간에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면 좀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우승 세리머니를 잠시 뒤로 미뤘다면 인간 한계점으로 비쳐지는 9초 5대 진입도 가능했을지 모른다는 가정이었다. 아울러 스타트만 보완한다면 볼트의 세계 신기록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날까지 총 41차례나 100m에서 9초대를 찍은 볼트의 라이벌인 파월은 결승에서 9초95로 5위에 그쳤다.
베이징= 최현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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