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이스대 연구진이 만든 나노키드. 사람의 10억분의 1 크기로 눈은 산소, 머리는 알코올, 몸은 탄소와 수소 분자로 이뤄져 있다.
1990년대 과학계를 달군 최고의 기대주는 ‘생명과학’이었다. 필자, 그런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생명과학과’에 진학한 전도유망한(?) 과학도였다(지금은 한국 생명과학의 발전을 위해 이 한 몸 물러난 게 국가 예산 낭비하지 않은 거라고 자위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엉뚱한 놈이 대장주로 등극했다. ‘나노기술’이었다. 원자, 분자를 마음대로 다루는, 그야말로 환상의 기술이었다.
2003년 중반 1년 동안 모처로 교육을 떠났다. 다녀오니 대학시절 관심도 없었던 ‘줄기세포’가 최고의 이슈가 됐다.
줄기세포가 ‘황우석’의 인기에 기대 적어도 10년은 갈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리고 대장주는 조금 헤맸다. 지난해와 올해초는 생각하지도 못한 ‘우주개발’이 화제를 모았다.
이소연이 우주에서 돌아온 뒤 어떤 과학이 뜰까 고민했다. 생명과학? 나노기술? 결과는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녹색기술’이다. 당분간 신재생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효율화, 그린카 등이 시대를 주도할 것이다.
우리나라 재테크의 역사도 비슷하다. 90년대들어 서울 아파트의 인기가 폭발했다. 불행하게도 전세마저 너무 올라 세입자가 자살하는 사건마저 일어났다.
분당 등 5대 신도시가 들어서자 아파트값이 가라앉았다. 대신 주식이 많이 뛰었다. 1000포인트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아파트도 폭락하고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대신 금리 20%에 육박하는 예금이 인기였다.
2000년대 들어 아파트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아파트보다 더 많이 오른 건 주식이었다. 삼성전자 주식과 강남 아파트를 비교해도 그렇다. 2007년부터 고가 아파트가 타격을 입었다. 그러자 펀드 열풍이 일었다. 중국 펀드에 들면 1년 안에 2배는 번다더라, 베트남 펀드 가입하면 5배는 오른다 등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다.
2008년 들어 강북 아파트가 폭등했다. 주식이 폭락하자 원자재의 인기가 올라갔다. 날이 더워지니 아파트도 기울고, 원자재도 요즘은 신통치 않다. 대신 고금리 예금이 인기다.
이처럼 영원히 계속되는 대박은 없다. 오른다 싶어서 뛰어들면 기울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다시 오른다. 종목도 계속 바뀐다. 부동산이 오른다 싶더니 주식이고, 다음에는 원자재나 현금이다. 도대체 어떻게 족집게처럼 맞추란 말인가.
내가 내린 결론은 족집게처럼 맞추는 걸 포기하자는 것이다. 솔직히 내가 맞추는 실력이 있다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까? 아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아마 90%도 그런 실력이 없을 것이다. 괜히 다리만 찢어진다. 그렇다면 대박을 포기하잔 말인가?
어떤 종목이든 대박은 장기투자의 결과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권유한 대로 적립식 펀드를 3년 넣은 게 아니라 거치식 펀드로 10년 넣은 사람들이다(적립식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젊을 때 땅을 샀다가 나이 들어 부자가 됐다, 쥐꼬리만한 이자를 30년 모았다, 장사 한 곳에서 평생 했더니 단골도 생기고 실력도 쌓여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나노기술이 뜬다고 해서 갑자기 나노기술을 시작한 과학자가 대박을 내지는 않는다. 그전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꾸준히 연구한 과학자가 대박을 낸다. 다들 첨단 과학을 할 때 묵묵히 배를 만들었던 조선기업들이 요즘 대박을 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세월이 부침에 상관없이, 누가 대장주가 되건 상관하지 않고 평생을 투자하자. 지식을 쌓으며 기다리자. 언젠가 대박이 찾아올 것이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