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거꾸로 태극기\' 비난 파문의 주인공인 왕기춘 선수의 싸이월드. 이슈가 생길 때 마다 싸이월드와 DC인사이드로 몰려가는 것은 누리꾼들의 행동양식이 됐다.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을 축하하려는 누리꾼들이 북적이는 DC식물갤러리.
숫자 ‘7’이 들어가면 무조건 방문의 대상이 되는 DC인사이드 세븐갤러리.
야구 국가대표 한기주가 검색어 1위 오르자 '박신양 갤'도 북적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인터넷 역시 누리꾼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방문자를 불러 모으는 공간은 어느 정도 익명성을 보장한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들이다.
로그인이 필요한 회원제 커뮤니티보다 익명으로 쓸 수 있는 '네이버 뉴스댓글'이나 'DC인사이드 사진갤러리'가 일종의 느슨한 커뮤니티 기능을 하며 누리꾼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것.
특히 주제별로 관련 사진과 글들을 올리는 'DC인사이드 사진갤러리'(약칭 '갤러리' 또는 '갤')는 국내 누리꾼들의 가장 대표적인 익명 커뮤니티다.
그런데 이번 베이징올림픽 도중 각종 갤러리들이 잇따라 '털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털린다'는 누리꾼들의 속어로 기존 커뮤니티 회원 이외의 손님(게스트)들이 무차별적으로 방문하여 게시판을 글로 도배하는 현상을 뜻한다.
16일 밤 10시 여자역도의 장미란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DC인사이드 식물갤러리(이하 식갤)가 순식간에 '털리는' 일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각 열린 야구 예선 풀리그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기주 투수가 세이브에 실패하자 DC인사이드 박신양 갤러리도 갑자기 '털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고 보면 허무맹랑하다.
'식갤'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유는 장미란의 이름에 '장미'가 들어가기 때문. 처음에 당황하던 '식갤러'들은 그 이유를 알아차린 뒤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눈길을 끌었다.
박신양 갤러리가 맹폭을 당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인기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맡은 남자 주인공 이름이 한기주 투수와 같았기 때문이다.
● "승삽이 타율이 7할이다. 세븐갤 털자!!"
갤러리들이 허무맹랑한 이유로 '털리는' 현상은 계속 이어졌다.
'물고기 갤러리'는 수영선수 펠프스의 올림픽 8관왕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가수 신화의 갤러리는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 신화를 이뤘다는 이유로, 슈퍼 주니어 갤러리는 멤버인 한경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각각 '털리는' 재난을 당했다.
심지어 대통령 이명박 갤러리는 역도선수 이배영 선수의 다리에 '쥐'가 났다는 이유로 맹공을 당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가장 심하게 '털린' 갤러리는 지금은 활동이 잠잠한 가수 세븐의 갤러리인 속칭 '세븐갤'.
'세븐갤'은 '아이스크림 700원', '100m 달리기가 9.7초 신기록 세웠다', 심지어 '장미란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한국의 금메달수가 7개가 되었다'는 등 숫자 7과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털리는' 봉변을 당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이혜영 박사는 "누리꾼들이 엉뚱한 싸이나 DC갤로 몰려가는 이유는 단순한 재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기쁨과 분노를 비슷한 누군가와 함께 나누기 위한 일종의 소통 행위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