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출신 선수들이 베이징 올림픽 역도에서 줄줄이 메달을 땄다. 출전한 한국선수 8명 중 5명이 강원도 태생인데 이 중 장미란(고양시청)과 사재혁(강원도청)이 금메달을, 윤진희(한체대)가 은메달을 딴 것이다. 가히 ‘강원도의 힘’이다. 강원도의 역도 성공은 스포츠가 지자체에도 훌륭한 성장산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
▷강원도엔 홍천중 등 17개 중학교 팀과 원주여고 등 9개 고교 팀, 강원도청 등 3개 실업팀이 있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생각하면 놀라운 역도 사랑이다. 이 덕분에 강원도는 전국체전에서 통산 15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양구군이 2004년 전국 최초로 역도 전용 체육관을 지어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것도 군 단위로서는 획기적인 일이다. 공인된 국제대회를 한 번 치르면 군의 행정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국제대회 유치는 지방과 세계화가 직접 만나는 글로컬리즘(Glocalism)의 모범사례다.
▷한 스포츠 종목의 메카가 되려면 역시 지도자와 선수들이 받쳐줘야 한다. 강원도는 역도선수 출신 체육교사들을 대거 중학교로 발령해 될성부른 아이들을 조기에 발굴해 키웠다. 사재혁과 윤진희가 그렇게 길러졌다.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높아진 관심이 시설에 더 많은 투자를 가능케 하고, 좋아진 시설은 각종 대회 유치로 이어져 지자체 발전을 견인하는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대회가 열리면 많게는 수백 명의 선수와 관계자들이 먹고 자게 돼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요즘 각 지자체는 스포츠 대회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벌써 특정 종목의 ‘메카’를 자처하는 시군도 많다. 경북 문경은 정구대회를 도맡아 치르고, 김천은 테니스와 농구, 경주와 충남 부여는 마라톤, 전북 임실은 사격, 전남 화순은 배드민턴 대회를 전문으로 치른다.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이용대 선수도 화순 출신이다. 올림픽 사격대표팀은 베이징으로 가기 전에 베이징과 기후조건이 같은 임실에서 한 달여간 훈련을 하기도 했다. 진종오 선수도 그 덕에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강원도의 힘’이 전국 지자체의 스포츠 마케팅을 선도하고 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