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이면 격동의 8년 임기를 마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역사는 어떤 평가를 내릴까.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분야 논객 3명의 칼럼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이 최악의 인기도에도 그가 후대에 남길 정치적 유산(legacy)은 ‘의외로’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오콘 이론가이자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로버트 케이건(50)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포린어페어스 9·10월호에 기고한 ‘9월 12일 패러다임’이라는 글에서 “테러와의 전쟁은 현재까지 부시 대통령이 이룬 가장 큰 업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무엇을 잘못했건 그는 7년간 미국을 또 다른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냈으며 이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성공은 광범위한 국제협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강조했다.
‘악의 축’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보좌관 출신인 데이비드 프럼(48)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도 포린폴리시 9·10월호에 실린 ‘부시 대통령의 유산을 다시 평가한다’라는 글에서 부시 대통령이 후대에 존경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프럼 연구원은 “차기 대통령이 인기 없는 부시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겠지만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연속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 철군은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될 것이고, 이란에 대한 경제압력은 가중될 가능성이 높으며, 민주주의 증진이라는 주제는 차기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출신이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파리드 자카리아(44) 뉴스위크 국제판 편집장은 비판적인 시각에서 부시 대통령의 유산을 평가했다. 그는 뉴스위크 최신호에 실린 ‘부시가 행한 올바른 일’이라는 글에서 “그의 변신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정책 실패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라크 침공, 외교 및 다자주의에 대한 거부 등의 정책은 수정되거나 폐기됐다”고 말했다.
자카리아 편집장은 “곡절이 어떻건 현재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훨씬 사리에 맞는 것이고, 차기 미 행정부도 부시 대통령을 뒤집기보다는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