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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직 비리에 면죄부 준 ‘한통속 내부 監査’

입력 | 2008-08-19 03:01:00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직원이 회계서류를 조작해 부서 운영경비 1억97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자체 감사로 적발하고도 고발하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는 고객이 납부한 전기요금 5300여만 원을 가로챈 직원을 해임하지 않고 권고사직 형태로 면직시켰다. 인천시는 관내 건설업자에게 1000여만 원의 뇌물과 향응을 받은 공무원을 징계하지 않고 훈계 처분으로 끝냈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사례를 보면 해당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사관실은 내부 일탈을 감시해 공직 사회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설립 취지와 정반대로 비리를 감싸는 데 급급했다.

공무원과 공기업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자체 감사 기능의 부실 또는 직무유기 탓이 크다. 재계에서는 하청업체로부터 사소한 편의만 제공받아도 중징계하는 윤리경영이 확산되고 있는데 공공기관의 내부 통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공기업 감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보직이 됐다.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경영 실적으로 평가라도 받지만 감사는 사실상의 2인자 대접을 받고 고액의 연봉을 고스란히 챙기면서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전직 공기업 감사는 “하루는 길지만 3년(임기)은 짧다”는 말로 ‘좋은 시절’을 회고했다.

전문성은 도외시한 채 정치적 연줄이나 배경만으로 함량 미달의 인사를 내려 보낸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공기업 감사를 놀고 즐기는 자리로 만들고 있다. 낙하산 감사들은 공기업 노조와 결탁해 임기 동안 자리를 보전 받는 대가로 내부 비리를 눈감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생색을 낸다. 공기업 감사가 내부 비리와 방만 경영 감시라는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기는커녕 공기업의 자기 보호막을 더 견고히 쌓는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의 전직 감사가 지인들의 경조사 화환비와 본인 휴가비용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2852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노무현 정권 당시 일부 공기업 감사들은 모임을 만들어 남미 이구아수 폭포로 출장을 빙자해 버젓이 관광을 다녀왔다. 정치권이 공기업 감사를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공기업 개혁은 공염불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