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푸징 거리에 어둠이 깃들자 대낮보다 더 화려하게 빛난다.
자금성 동쪽에 위치한 1.6km 남짓 되는 왕푸징 거리에는 대형 쇼핑몰과 호텔, 유명 레스토랑, 크고 작은 각종 가게와 브랜드 숍, 대형서점, 구둣가게, 스포츠 의류상점, 장난감가게, 카페, 피자집과 스파게티 하우스, 햄버거 가게들이 들어서 있어 오래 걸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곳은 베이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핑 중심지다.
거리는 폭이 넓어 한가운데로 차도 다니나 저녁때가 되면 차 없는 거리로 바뀌어 사람들로 만원을 이룬다. 길바닥은 편평하고 턱도 없어 걸어 다니기에 아주 좋다. 젊은 보행자들은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연신 통화하느라 바쁘고, 더러는 상점의 윈도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은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외국인들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마음 편한 거리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거리 곳곳에 걸려 있는 외국어 표기 간판들이다.
맥도날도를 麥當勞(마이당라오)으로, 켄터키 치킨은 肯德基(컨더지)로, 스타벅스는 星巴克(싱빠커)라 표기하고 있어서다.
현지 발음을 충실히 따르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중국인들은 간판에 외국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자를 써서 자기식대로 표기한다. 우리와는 다른 이런 행태는 자존심이 세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발음에 충실한 예로는 베네통(斑尼頓, 빤리뚠), 나이키(耐克, 나이커), 맥스웰(麥氏, 마이스), 모토롤라(摩托羅拉, 모투오루오라), 샌드위치(三明治, 찬밍쯔), 피자헛(必客, 삐씽거), 말보로(萬寶路, 완바로우), 햄버거(漢堡包, 한빠오빠오) 그리고 올림픽(奧林匹克, 아오린피커) 등 끝이 없다.
뜻을 살리면서 발음도 살린 경우도 있다.
코카콜라는 可口可樂(커코우커러)로 표기되는데, ‘마시면 입이 즐거워한다’가 된다. 펩시콜라는 百事可樂(바이스커러), 즉 ‘백가지 일이 즐겁다’로 표기되고, 시바스리걸은 芝華士(즈화스), ‘고상하고 품위 있는 남자’, 미놀타는 萬能達(완능다)로 뜻은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가 된다.
이러한 예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오로지 뜻만 살린 경우도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 존슨 앤 존슨은 强生(쟝썽: 강하게 산다)으로 표기하며,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는 雀巢(취예차요로: 참새의 둥지)로, 핫도그는 熱狗(러꺼우: 뜨거운 개), 스트라이프는 雪碧(슈에삐: 희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세븐(7)업은 七喜(치시: 일곱 가지 기쁨) 등이 그것이다.
이런 표기방법은 브랜드 명이나 상품명에 한하지 않고 인명과 지명, 국명, 외래어 표기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중국은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
권 삼 윤 | 역사여행가.
세계 각지에 있는 역사 유적지와 세계문화유
산 현장을 여행하며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
다. 최근 중국여행서 ‘거대한 시간의 도시에서
나를 보다’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