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외국으로 여행 유학 이민을 간다. 나는 “외국의 국토를 밟기 전에 우리나라의 국토를 땀 흘리며 내 발로 밟고, 자동차 문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눈으로 보며, 에어컨 바람이 아닌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 적 있나요”라고 묻고 싶다.
나도 개인적으로 외국 문물을 동경하는 대학생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7월 한 달 ‘국토지기(國土知己)’의 한 대원으로 국토대장정을 하며 보고 느낀 점을 종합해 보면 아직도 내가 모르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모습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6월 29일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하여 32박 33일에 걸친 대장정. 비가 와도 걸어야 하고 폭염이어도 걸어야 하는 여행이었다. 뜨거운 아스팔트길에서 살이 익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행진을 시작하고 한동안은 주변 풍경을 둘러볼 여유도 갖지 못했다. 내 몸이 너무 힘들고 정신적으로 지쳐서 같이 행진하는 친구들을 챙기기도 버거웠다.
배낭이 익숙해지고 걷는 게 좀 편해지자 이전에는 몰랐던 많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영암호를 끼고 행진할 땐 하늘보다 더 푸른 호수를 구경할 수 있었고, 김제를 지나올 땐 논으로만 덮인 평야 끝 지평선을 직접 감상할 수 있었다.
행진하다 지쳐서 쉴 때 우리를 지켜보던 분들이 자식 같다며 챙겨주신 시원한 물맛을 정말 잊을 수 없다. 땡볕 행진에 쓰러질까 염려해 주시던 한마디 한마디, 지나가던 분이 외쳐 주신 ‘파이팅!’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힘이 됐다. 또 아직 세상인심이 야박하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촛대바위를 보기 위해 5km를 더 걸어간 날이 있었다. 조금씩 그치던 비는 더 거세게 내리고, 바람이 몰아쳐서 체온이 떨어졌다. 바위 하나 보려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잠시, 서로 손을 잡고 행진을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고 구호 메들리를 하고 빗속을 걸어오면서 어둠 속에 보이는 강이 우리에겐 센 강보다 더 멋지게 느껴졌고, 어쩌면 어색하게 서 있었을 송신탑이 에펠탑처럼 느껴졌다.
내가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느낀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은 정말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일부분에서 많은 점을 배우고,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남을 사랑하기 이전에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하듯, 더 넓은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더욱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한순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라지는 그런 애국이 아니고, 몸소 겪고 고생하면서 쌓아가는 그런 마음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갖고 내 발에 물집 잡히면서 걸은 그 길, 이것이 내가 걸은 우리 땅이 멋진 이유다.
이상미 경북대 생명과학부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