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한남대교 꼬박 2시간… 체증 예상보다 심해
“출근은 일찍하고 퇴근은 아예 밤 9시에 출발” 불만
“버스 승객을 위해선 꼭 필요한 정책” 찬성 의견도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 중인 경부고속도로 평일 버스전용차로제의 적용 시간과 구간 등 세부 시행 방식이 일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현재의 실시 방안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방학이 끝나는) 9월 초 교통량 조사를 벌여 필요하면 구간과 시간대 조정도 할 수 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평일 버스전용차로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실시되고 있다. 적용 구간은 오산 나들목에서부터 한남대교까지 44.8km에 이른다. 그러나 시범 운영 기간에 일부 구간의 정체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하는 34개 노선의 버스 승객도 하루평균 최대 5000여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서울시, 경기도와 함께 서초 나들목 등 5, 6개 지점 및 구간에 대해 차로 확장과 갓길 활용 같은 개선책을 마련했다. 특히 버스전용차로제를 출퇴근 시간대에만 실시하거나 정체가 심한 일부 구간을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승용차들 거북이걸음
월요일인 18일 오전 7시 반. 판교신도시를 가로지르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는 진입조차 어려울 만큼 차량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위해 판교 나들목으로 향하는 출근길 승용차와 버스들.
중간에 경기 용인시에서 올라오는 차량까지 합류하면서 도로 전체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요금소까지 2km 남짓한 거리를 가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 분. 비까지 내린 데다 버스전용차로제 때문에 판교 나들목 주변의 정체가 훨씬 심해졌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승용차들은 말 그대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반면 전용차로의 버스들은 30∼40km의 느린 속도지만 막힘없이 달렸다. 방금 나들목을 나온 버스들은 전용차로로 진입하기 위해 승용차 사이를 뚫는 급차선 변경을 반복했다. 정체를 견디다 못한 승용차와 화물차들이 전용차로로 끼어드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이 같은 현상은 양재, 서초 나들목을 지날 때마다 반복됐다. 일반 차로를 이용해 한남대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반. 분당에서 꼬박 2시간이 걸렸다.
이날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정체는 오전 10시가 훨씬 지나서야 풀렸다.
용인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1005-1번 운전사 정모(55) 씨는 “비 때문인지 끼어드는 승용차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전용차로제 시행 전보다 15분 이상 빨리 도착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아닌 저속도로”
용인시 수지구에서 서울 종로구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이민혁(40) 씨는 평소 오후 7, 8시경이던 퇴근 시간을 1시간 이상 늦췄다.
버스전용차로제 실시 이후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한남대교 주변 지역의 정체 때문이다.
이 씨는 “오전 6시 전에 출근해 아침에는 괜찮은데 퇴근할 때는 고속도로에 올라탈 수가 없는 상태”라며 “아예 퇴근 시간을 늦춰서 9시쯤 회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구간에서도 일반차로의 정체가 심해졌다.
전용차로의 통행 속도는 실시 전보다 평균 5km 빨라진 반면 일반차로는 8km가량 느려졌다.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도 발생했다. 반포 나들목의 경우 고속버스들의 급차선 변경이 문제가 됐다. 전용차로를 최대한 이용하다 터미널로 가려는 버스들이다.
부산방면 수원∼기흥 나들목 구간 일반차로의 통행 속도는 93km에서 71km로 추락했다.
○“버스 승객에겐 좋아”
평일 버스전용차로에 대한 찬성 의견도 많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분당에서 광화문을 오가는 9000번 버스 운전사 심원길(54) 씨는 “대(大)를 위해서는 소(小)를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단속 시작하고 버스가 빨라지면 승객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일단 예정대로 10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한다. 그 대신 9월 초 교통량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용차로제 적용 구간과 시간에 대한 조정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버스 승객뿐 아니라 승용차 운전자들의 요구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며 “9월 한 달 동안 충분히 보완점을 마련해 정식 운영되는 10월부터는 큰 정체가 빚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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