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업체에 용역발주 대가 수억 수뢰
토지보상 반발무마 “평가액 높여라” 주문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공기업 간부 8명이 감정평가(감평) 용역을 대가로 수억 원대의 뇌물을 챙겨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감평액이 과다하게 책정돼 아파트 고분양가의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토지 감평 용역을 발주하는 조건으로 감평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전 토공 경기동북부사업본부장 황모(55) 씨를 구속하고, 주공 이모(52) 임대사업계획처장 등 공기업 간부 7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20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 전 본부장은 2006년 12월 N감평법인의 남모(43) 감평사를 만나 인천 영종도 신도시 내 토지 565만 m²(약 171만 평)에 대한 감평 용역을 주는 대가로 4000만 원을 받는 등 올해 1월까지 감평사 20명에게 총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전 본부장은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지난달 30일 스스로 사표를 냈다.
이 씨 등 주공과 인천도개공의 본부장 및 부장급 간부 7명도 영종도와 경기 김포시 양촌지구, 고양시 행신지구 등에서 감평 용역을 미끼로 각각 100만∼35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업지구별로 해당 토지에 대한 감평 수수료의 10%가량을 뇌물로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토지보상에 반발하는 지주들을 무마하기 위해 감평업체들에 감평액을 후하게 쳐주라는 주문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토공이나 주공 측이 부풀린 감평액 부담을 해당 토지에 들어설 아파트 분양가에 떠넘기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감평업체가 부풀린 감평액과 공기업 간부들이 받은 뇌물액 등은 모두 일반 국민이 내는 분양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토공이 2003년 1월부터 토지보상법에 따라 감평업체를 직접 선정하면서 비리의 여지가 커진 것으로 보고, 주공 및 토공 임직원들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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