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을 포함, 예선에서 3개의 홈런포를 때려낸 이대호. 4강에서도 그의 시원한 한 방이 필요하다
한국야구대표팀이 2006년 WBC 대회에서의 악몽을 날린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은 제 1회 WBC 대회에서 일본을 두 차례나 격파하고도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일본은 한국에 연속 패배를 당하고도 준결승에서 한국에 승리,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한국으로서는 일본에 2승 1패를 기록하고도 우승을 내주는 억울함을 맛봐야 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은 예선리그에서 일본을 5-3으로 제압, 7전 전승으로 당당히 1위로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한국전에서 완패를 당한 일본은 이번에도 4강에 턱걸이, 가까스로 체면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얄궂게도 두 팀은 22일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다시 격돌한다. 예선에서의 승패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22일 경기에서의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한국은 승리를 거둘 경우 올림픽 야구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하게 된다. 또 A급 규모인 WBC대회와 베이징 올릭핌에서 상대전적 4승 1패를 기록, 일본야구보다 한 단계 위에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 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WBC대회 4강에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일본은 이날 경기에 좌완 스기우치 도시야(소프트뱅크)를 선발 투입할 전망이다. 여러 투수가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좋은 투구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스기우치의 선발 등판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스기우치를 오래 끌고 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일본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다르빗슈 유(니혼햄).
투구수와 상관없이 스기우치가 주자를 내보낼 경우 곧바로 다르빗슈가 투입될 것이다. 게다가 다르빗슈가 예선에서 쿠바전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한국과의 경기에 ‘다르빗슈 카드’를 적극 활용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다르빗슈의 뒤는 가와카미 켄신(주니치), 후지카와 큐지(한신), 우에하라 코지(요미우리)가 차례로 이을 것이다.
일본의 마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이(李) 씨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대표팀에서 가장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종욱(두산), 이용규(KIA), 이대호(롯데) 뿐만 아니라 이승엽(요미우리)과 이진영(SK)의 방망이도 터져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대타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이택근(히어로즈)도 마찬가지.
테이블세터인 이종욱과 이용규는 많은 출루로 중심타선에 찬스를 연결시켜야 하며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야 한다. 두 선수가 미국과 네덜란드전에서의 플레이를 다시 보여줄 수 있다면 경기는 의외로 쉽게 풀릴 것이다.
승부의 키는 중심타선에 포진될 이대호와 이승엽이 쥐고 있다. 이대호는 대표팀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는 선수. 지난 일본전에서도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이대호의 한 방이 필요하다.
이승엽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일본 프로야구에서의 부진이 올림픽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일본 선수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데다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역할을 해왔던 이승엽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는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결승진출과 이승엽의 성적은 궤를 같이 할 것이다.
이진영은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진영은 일본만 만나면 큰 일을 해내는 선수. 수비에서 일본을 여러 차례 침몰시킨 바 있어 이번에도 제 몫을 해줄 것이다.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
이택근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택근은 찬스에서 대타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선수. 홈런을 때려냈던 네덜란드전에서와 같은 집중력과 타격감이 필요하다.
김광현과 류현진이 나설 마운드는 분명 제 몫을 해줄 것이다. 안산공고 시절부터 보여준 김광현의 강철심장과 류현진의 구위라면 일본의 까다로운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문제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타자들의 공격력. 마운드가 탄탄해 3점 이상만 뽑아낸다면 경기는 예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다.
이(李) 씨 성을 가진 야수들이 주축이 된 ‘李 라인업’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일전이다.
베이징=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