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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제라르 뱅데]물고기를 기르는 바다로

입력 | 2008-08-22 03:00:00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EU 수역에서 어류 남획을 막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27개 회원국에 제출된 이 제안은 고유가로 고통을 겪는 어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EU 수역은 어족자원의 88%가 남획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세계 평균(25%)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어족자원 보호조치가 취해진 2003년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이것이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1955년 45개국이 참여한 로마회의 이래 어족도 고갈될 수 있는 자원임이 알려졌다. 인류는 이미 18세기에 돌고래 수가 줄어드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신대륙에서 수 세기 동안 대구가 남획된 결과 15년 전 캐나다가 ‘어로 유예조치’를 취했음에도 대구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단지 신대륙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인간은 적정치를 훨씬 넘는 고기를 잡고 있다. 지중해에서는 참치가 문제다. 대서양참치보존위원회(ICCAT)는 참치 어획량을 2년째 2만8500t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캐비아(철갑상어알)가 많이 팔리면 철갑상어가 줄어들 수밖에 없듯이 참치도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 또 중국 식당에서 소비되는 상어지느러미 때문에 매년 5000만∼1억 마리의 상어가 죽는다. 비악상어의 경우 이미 95%나 줄어들었다.

‘어업의 산업화’는 잡았다 버리는 것이 워낙 많아 낭비가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새우 한 마리를 먹을 때 그보다 10배, 20배 많은 생선이 버려진다. 때로는 부수적으로 잡히는 고기의 90%까지 바다에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자연자원 중에서 생선이 가장 빨리 고갈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물속의 사정을 잘 모른다. 이것이 문제다. 어로는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이뤄지고 무엇이 잡혔는지는 낚싯줄을 끌어올려 봐야 안다. FAO는 세계적으로 어획량의 대략 4분의 1이 버려진다고 추산한다. 더 심각한 것은 해저를 훑고 지나가는 트롤망 어선의 경우 산호 해면 등 바다 밑의 모든 것을 쓸어 올려 먹이사슬 전체를 파괴한다는 데 있다.

선진국 시장에서 넘쳐나는 수많은 생선이 실은 유럽이 아니라 최빈국의 바다에서 잡힌 것이다. 1982년 유엔협정은 한 국가의 어로수역을 200해리로 연장시켰다. 그러나 국가는 자국 수역의 어족자원이 자국의 수요를 채우고 남을 때 어업권을 팔 수 있다. EU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어업협상을 체결했다. 2002년 EU 보고서에 따르면 세네갈의 어족자원은 지난 15년간 75%나 줄었다.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해결책은 이미 알려져 있다. 어획량의 제한, 효과적인 어획, 어로제한구역 설정, 양식기술의 개발 등이 그 해결책이다. 사실 인류는 양식기술 덕분에 자연 상태에서 얻을 수 없었던 풍부한 고기를 획득할 수 있다. 자연산만으로 인류를 다 먹일 수 없다.

FAO에 따르면 바다 어장의 생산량은 매년 8000만 t으로 자연산 어획량과 거의 맞먹는다. 그래도 양식기술은 아직 부족하다. 5년 안에 참치의 대량 양식기술이 개발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그때를 대비해 어민보다 양식업자를 더 늘려야 한다.

어족을 선별해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잡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돌고래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해진 어획량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법 제재를 가해야 한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