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우아하게한국 리듬체조의 신수지(세종고)가 21일 베이징공업대 체육관에서 열린 개인종합 예선에서 멋진 후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신수지는 자신의 장기인 7회 백 일루전(한쪽 다리를 축으로 나머지 다리를 머리 위로 원을 그리는 연기)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신수지 환상연기 중간합계 14위
주특기 ‘백 일루전’ 9회전 성공
“올림픽이 끝나도 관심이 이어졌으면 해요.”
짙게 마스카라를 칠하고 펄까지 화려하게 발랐지만 그의 눈에는 잠시 그늘이 비쳤다. 자신과 리듬체조에 쏠리는 관심이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을 걱정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밝게 웃으며 “아직 어리니까. 우선 최선을 다해 볼 거예요”라고 말했다.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17·세종고)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섰다.
신수지는 21일 중국 베이징공업대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예선에 출전했다. 한국 리듬체조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윤병희와 김유경이 출전해 각각 34위, 35위를 기록한 이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본선에 오른 24명의 선수 가운데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낸 유일한 아시아 선수인 그는 서양 일색의 경쟁자들 앞에서도 당당했다.
신수지는 이날 첫 경기인 후프에서 하늘색 의상에 러시아 작곡가 사샤의 곡 ‘레인(rain)’의 장중한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연기 후반부 특기인 ‘백 일루전(Back Illusion)’을 선보일 때는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기술은 한쪽 다리를 축으로 나머지 다리를 수직으로 올린 뒤 풍차처럼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기술. 신수지는 올림픽 진출권을 따낸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최초로 연속 9회전을 성공시켜 이름을 떨친 바 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대개 3, 4회전에 그치기 때문이다.
신수지는 이날 훌라후프 연기에서는 7회전에 그쳤다. 하지만 줄을 들고 나온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는 경기 초반 9회전을 해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는 왼발을 중심축으로 오른발을 회전시켰다.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전지훈련을 갔다가 오른 발목을 다쳤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오늘 경기는) 좀 아쉬운 점도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신수지는 이날 후프에서 16.375점, 줄에서 16.325점을 얻어 중간 합계 32.700점을 받았다. 10위 스페인의 시드 알무데나(33.475점)에 0.775점을 뒤진 14위. 22일 치르는 곤봉과 리본 점수를 더해 10위 안에 들면 결선에 진출한다.
신수지는 선수촌 생활을 묻자 “선수촌 식당에서 박태환 오빠를 만나 사인을 받았고 장미란 언니와는 사진을 찍었다”며 웃었다. 체중 조절(현재 43kg, 키 165cm)을 위해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는 것도 올림픽 후로 미뤘다는 고교생 신수지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결선 진출을 이뤄낼지 기대된다.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