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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캘린더]주말영화 리뷰/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입력 | 2008-08-22 03:01:00


신선함 없는 재탕… 화면만 커진 ‘오마주 개그’

14일 개봉한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12세 이상 관람가)는 웃긴다며 좋아할 사람과 유치하다며 싫어할 사람으로 분명하게 나뉠 영화다.

“우리 사이에 굳이 통성명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내 인생의 삼각형은 삼각김밥뿐이야” 등 TV 코미디 쇼에 어울릴 대사들, 쏟아지는 콧물이 다른 사람 입 속으로 줄줄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식의 지저분한 유머가 이어진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인 15∼17일 전국 16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베이징 올림픽의 영향으로 극장가가 썰렁해진 탓에 수치는 낮지만 흥행 4위다.

‘다찌마와 리…’의 유머는 색다른 것에 호감을 갖는 젊은 관객의 입맛에 잘 맞아떨어진다. 불법 복제돼 인터넷을 떠도는 미국 드라마 동영상을 흉내 낸 장난스러운 자막을 알아보고 낄낄거릴 수 있어야 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독특한 색깔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다찌마와 리…’를 한국 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색다른 시도로 보기 어렵다.

2000년 류승완 감독이 만든 35분 길이의 인터넷 영화 ‘다찌마와 리’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 이번 극장판은 신선하고 흥미롭다. 인터넷 영화를 본 관객에게는? 몸집만 불린 맥없는 재탕이다.

8년 전 인터넷 영화 ‘다찌마와 리’는 조회 수 100만을 넘겼다. 구닥다리 한국 영화의 촌스러운 장면들을 모방한 애정 어린 ‘오마주 개그’가 화제를 모았다. 반면 극장판은 이야기 규모를 키우고 상영시간을 늘렸지만 볼거리와 재미를 그만큼 늘리지 못했다.

어정쩡한 후시녹음, 억양만 일본어 중국어인 엉터리 대사, 한국의 스키장 건물을 스위스 은행이라 우기고 한강이 흑룡강인 척하는 뻔뻔함…. 모두 8년 전에 이미 했던 개그의 반복이다. 극장판은 류 감독이 자신이 만든 ‘다찌마와 리’에 바치는 오마주 같다.

장편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년) 이후 류 감독은 늘 한국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어 왔다. 무릎 부상을 견디며 찍어낸 ‘짝패’(2006년)는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찡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화면이 커진 ‘다찌마와 리…’에서 그런 류 감독 특유의 에너지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