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난한 길이었다. 그래서 더 아쉽고 허탈했다.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것은 3월30일 밤.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핸드볼연맹(IHF) 최종예선 3조 풀리그 최종전에서 코트디부아르를 38-21로 물리친 후였다. 그러나 사실은 7개월 전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진작 얻었어야 할 권리였다.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왕자가 전권을 장악하고 있는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은 아시아 최강인 한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했다. 중동 국가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 때부터 이미 감지됐던 만행이었다. 당시 남자대표팀이 희생양이었다면 이번엔 남녀가 모두 당했다. AHF는 한국 경기에 중동 심판들을 집중 배치했다. 낯부끄러운 편파판정이 이어졌다. 한국 선수들은 이해할 수 없는 파울 선언 속에 점점 위축돼갔고, 항의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퇴장 선고를 받았다. 핸드볼은 심판의 권한이 유독 막강한 경기다. 힘없는 선수들은 카자흐스탄에 본선행 티켓을 넘겨야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IHF까지 직접 중재에 나섰다. 명백한 피해자였던 한국과 일본은 지난 1월 일본에서 재경기를 열었다. 물론 승리는 남녀 모두 한국. 명백한 실력차가 보였다.
하지만 AHF는 개별행동을 한 한국과 일본을 제적하겠다고 협박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까지 했다. 다음달, 경기결과는 결국 무효가 됐다.
벌써 두 번째 놓친 본선행 티켓이었다. 죽도록 노력했는데도 상황은 다시 원점. 부랴부랴 IHF 최종예선 출전을 결정했다. 제대로 팀조차 꾸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훈련 시간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한국은 프랑스로 갔다. 그리고 끝까지 이겼다. 올림픽에 출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4년 전, 편파판정 속에 120분을 싸우고도 마지막 순간에 금메달을 내줬던 덴마크와의 결승전이 떠올랐다. 어떻게든 이번엔 설욕해야 했다.
한국은 그렇게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천신만고’라는 수식어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석연찮은 판정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임영철 감독은 “우리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경기를 치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베이징=특별취재반
[관련기사]‘골인-노골-골인’ 이게 뭡니까?
[관련기사]판정 오심, 아테네 올림픽 재현인가
[관련기사]버저 울릴때 골라인 넘어야 골인인데…
[화보]‘석연찮은 판정’ 한국 여자 핸드볼…결승 진출 좌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