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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책향기]무례한 손님 음식엔 장난친다?

입력 | 2008-08-23 03:02:00


웨이터출신 작가의 고백 반향

웨이터들은 어떤 손님을 싫어할까. 손님이 무례하게 대하면 웨이터들이 음식에 ‘나쁜 짓’을 하지는 않을까. 팁에 대해 웨이터들은 얼마나 고마워할까. 식당에 갈 때면 한번씩 궁금해지는 점들이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최근 미국에서 호평받고 있다. 제목은 ‘웨이터 랜트’(Waiter Rant·사진). ‘팁을 줘서 고맙습니다―한 시니컬한 웨이터의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저자는 9년 동안 뉴욕 인근 50석 규모의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한 스티브 더블래니커(40). 그는 인터넷에서 스타 글쟁이였다. 4년 전부터 익명으로 블로그에 웨이터들의 애환을 비롯한 식당의 이면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해 인기를 끌었다. 책 제목은 ‘웨이터 랜트’라는 블로그에서 따온 것이다.

책이 나오자 미국과 영국의 언론에선 “식당에 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면서 동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며 호평했다.

저자는 최근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웨이터들의 내밀한 삶을 털어놨다. 타임이 맨 먼저 던진 질문은 ‘무례한 손님에게 어떻게 대처하는가’였다. 그는 “정말 알고 싶은가”라는 말부터 꺼낸 뒤 직접 본 사례 하나를 들려줬다.

“햄버거 하나를 시켜놓고 맛이 없다며 3번이나 퇴짜를 놓은 손님이 있었다. 직원들이 빗자루로 하키하듯 햄버거를 이리저리 굴린 뒤 내용물을 씻어서 다시 내놓았다. 그 손님의 반응은 ‘이제 맛이 괜찮군’이었다.”

음식에 침을 뱉는 일은 없을까. 그는 “충동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런 짓을 하는 웨이터는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그는 웨이터들의 다양한 ‘보복’ 방법을 소개했다.

“우연인 척하면서 손님의 머리를 쟁반으로 때리는 웨이터가 있다. 주문받은 와인을 곧바로 내놓지 않아 손님의 애를 태우는 방법도 자주 쓴다. 팁에 인색하거나 웨이터를 함부로 다룬 적이 있는 손님은 화장실 옆자리를 준다.”

그에 따르면 웨이터들이 가장 싫어하는 손님은 팁을 제대로 주지 않는 이들이다. 손님이 식당에 오면 웨이터들은 누가 그 손님을 맡을지 탐색전을 벌인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온 손님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 나라 사람들은 팁 주는 법을 모른다”는 게 저자의 설명. 대체로 팁에 인색한 여자들도 서로 맡지 않으려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일요일에는 생선 요리를 주문하지 말 것. 가장 신선한 생선은 목요일에 온다’ ‘이것저것 섞는 스튜나 볶는 요리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는 정보도 소개했다.

저자는 환영받는 손님이 되기 위해선 “단골이 되는 수밖에 없다”며 “마음에 드는 식당이 생기면 웨이터를 길들이고, 좋지 않은 서비스를 받더라도 팁을 남겨라”고 조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서평에서 “유쾌하고 정보가 많은 이 책은 성공할 만하다”고 평하면서도 “저자는 손님들이 일괄적으로 음식값의 18∼20%를 팁으로 주는 게 아니라 서비스의 질을 고려해 팁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