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T 이후 대학교육의 과제
정규과목에 수월성 교육 강좌 배치
전문직 지망생 위한 실전강좌 개설해야
첫 법학적성시험(LEET)이 끝났습니다. 그동안 준비하느라 고생했던 우리 사회의 법조인 지망생들에게 일단 축하를 드립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면 그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LEET는 자신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며 젊은 시절 중요한 체험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시험이 끝난 직후이므로 시행된 시험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찬찬히 점검하고 평가해 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대학 교육이 학생들에게 LEET를 위해 어떤 교육 시스템을 제공해야 할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학은 LEET를 비롯한 전문대학원 시험이나 PSAT 같은 국가고시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교육에 임해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많은 대학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험 직전에 학원식의 실전대비용 강좌를 꾸리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LEET는 단기간에 대비할 수 없는 시험입니다. 대학의 교양기초교육 프로그램을 체계적이고 정상적으로 운영하여 이를 충분히 이수하도록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높은 수준의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게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LEET를 비롯한 여러 시험에 대비하는 교육은 일종의 의사소통의 수월성 교육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현재 대학 교육이 담당해야 할 교육 수요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교육, 둘째, 전문직업 지망생을 위한 교육, 셋째, 일반직업 지망생을 위한 교육, 넷째, 교양기초교육입니다.
학문 후속세대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문 연구를 계속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가리킵니다. 석·박사 과정을 밟으려는 학생들이지요. 전문직업 지망생은 대학을 마치고 전문직을 갖고자 하는 학생들입니다.
의대나 치대처럼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이런 목표를 가지고 온 학생도 있지만, 대학을 마치고 각종 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전문가의 길을 걷거나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전문 관료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입니다. LEET, MEET, DEET, PSAT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바로 여기에 속합니다.
교양기초교육은 이런 학문 연구나 직업 지향과는 상관없이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이라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민주시민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능력과 소양을 배양하는 교육입니다.
의사소통 교육의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많은 대학들은 정규과목을 강화하는 노력을 통해 전체 학생에게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문 후속세대와 전문직업 지망생을 위해 한층 수준 높은 의사소통 수월성 교육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일반직업 지망생과 교양기초교육을 요구하는 학생을 위해서는 정규과목과 더불어 의사소통 보완 교육을 제공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의사소통 수월성 교육과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대학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시도는 수월성 교육 부문을 전문화시키고 분화시키는 것입니다. 특히 의사소통 수월성 교육의 대상이 소수인 대학에서는 이 모델을 택하여 소양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고 독립된 트랙 개념으로 묶어서 교육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어떤 대학은 아예 모집단위 자체를 독립하여 그 학생들에게 의사소통 수월성 교육을 비롯한 수준 높은 교육을 집중적으로 제공해 다양한 방면에 진출하는 인재를 육성하고자 시도하기도 합니다. 영산대가 시도하는 PPE(철학정치학경제학 연계전공) 과정이 이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개설한 학교들이 법대가 없어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유전공학부’들을 개설하는데 이러한 움직임도 전체적으로 수월성 교육을 겨냥하는 모집단위입니다. 그 외에도 성균관대의 글로벌 경영학과, 글로벌 경제학과나 이화여대의 스크랜튼 대학도 의사소통 수월성 교육을 비롯한 수월성 교육을 위해 마련된 영역들입니다.
그러나 수월성 교육을 위해 특정 영역을 독립시키는 노력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대학교육을 위해 더 바람직한 것은 정규과목에 이런 의사소통 수월성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강좌들을 잘 배치하여 원하는 학생들이 4년간 능력 배양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기존 과목들의 질을 높여 전체 프로그램을 잘 구성하고, 필요한 학생들과 적절히 연결해 줄 수 있는 네트워킹 체제를 갖추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입니다. 나아가 교양강좌에 실전대비의 성격을 함께 지닌 강좌도 개설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년에 4강좌만 개설해도 학생들의 실제적 요구에 상당히 부응할 수 있습니다. 1학기에 언어이해와 고급논술을, 2학기에는 추리논증과 자료해석 강의를 개설하면 8월 말 LEET 시험을 칠 학생은 3학년 2학기에 추리논증, 4학년 1학기에 언어이해, 고급논술 강의를 들으며 대비할 수 있습니다.
MEET, DEET를 지원할 학생도 추리논증과 언어이해를 들으며 준비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PSAT를 대비하는 학생들은 1학기에 언어이해, 2학기에 추리논증, 자료해석 강의를 들으며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과목들은 독립과목으로서의 의의도 충분히 가지기 때문에 이런 과목을 제한적으로 개설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