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후 10시. 경기 고양시 자유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만나는 교차로 인근 주유소에 젠트라X 3대가 들어섰다. 젠트라X 3대는 기름을 가득 주유한 뒤 나란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이날 ‘심야 주행’은 젠트라X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해 연비를 테스트한 결과 L당 49km가 나왔다는 GM대우차 측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2명과 전문 레이서 1명이 각각 운전대를 잡았고 GM대우차 관계자 3명이 동승했다. 탑승자 수가 연비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주행 전 GM대우차 관계자들은 두 가지만 잘 지키면 된다고 했다. 속도는 시속 80km를 유지하고, RPM은 1500과 2000 사이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연비 운전’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속도계 바늘을 ‘80’에 유지하기 위해 발에 힘을 주다 보니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리가 아파왔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에어컨을 끈 차 안은 후텁지근했고 등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출발 지점에서 100km 정도 갔을 무렵 폭우가 쏟아져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한 바퀴 돌고 테스트를 마쳤다. 1명이 탑승한 두 차량의 연비는 각각 L당 32km와 20km가 나왔고, 3명이 탑승한 차량은 18km가 나왔다. 주행 거리가 140km로 연비 테스트를 하기에는 짧아서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한 명이 탑승한 두 차의 연비가 10km 이상 차이 나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같은 조건에서 나란히 운전을 했는데도 연비가 차이 나는 이유는 운전 습관의 차이 때문이다.
차가 막히고,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도심에서 연비 테스트를 할 때처럼 운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운전 습관에 따라서 연비 차이가 나는 것은 연비 테스트를 할 때나 도심에서나 마찬가지다. 올바른 운전 습관은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기름을 적게 소비하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여 환경 보호에도 일조하게 된다. 운전자들의 발끝에 개인과 국가와 세계의 경제, 환경 문제가 달려 있는 셈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