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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ravel]시승기/사브 터보X

입력 | 2008-08-25 03:00:00


푸근한 스포츠형 시트 부드러운 코너링

‘메이드 인 스웨덴’ 사브는 한국에서 그다지 인기가 높지 않다. 미안하지만 사실이다.

사브의 대표 모델인 ‘9-3’와 ‘9-5’는 고객을 한방에 확 끌어들일 세일즈 포인트가 잘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재미있는 장비, 강력한 성능을 두루 갖춘 독일과 일본 브랜드 고급 세단들에 비해 뭔가 부족하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래서인지 지난 2년 6개월간 100여 대의 신차를 테스트하면서도 사브를 타 본 적도 없다.

웬일로 사브에서 연락이 왔다. 국내에 7대만 한정 판매하는 ‘터보X’를 보내준다는 것이다. 별다른 기대 없이 무덤덤하게 차를 받았다. 외부 디자인이 제법 스포티하긴 하지만 실내로 들어가면 단순한 인테리어가 감흥을 주지 못했다.

다음 날 출근길에 다시 터보X의 운전석에 앉았다.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스포츠형 시트의 느낌이 새로웠다. 피로가 풀리지 않은 탓에 운전이 귀찮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출렁이지 않는 승차감과 세련된 가속감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시승 셋째 날, 본격적인 테스트를 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230km까지는 거침없이 올라가고 속도제한 장치가 작동하는 시속 250km는 약간 뜸을 들였다. 280마력을 내는 V6 2.8L 터보엔진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차를 견인했다. 유럽산 스포츠 세단치고는 부드러운 승차감이어서 핸들링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고속주행과 커브길 모두 노면을 잘 움켜쥐어 줘서 스포티한 주행도 가능했다. 항시 4륜구동 시스템이 도움을 줬을지도 모른다.

인테리어도 다시 보였다. 대충 만든 것 같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부품 하나하나에 잔뜩 성의가 들어갔다.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게 처리된 인테리어의 곡면과 사용자의 편리를 최대한 고려한 장치들도 눈에 들어왔다. 화려함을 자제하려고 애쓴 사브의 고집이 느껴졌다.

이런 것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란다. 화려해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동차업계의 트렌드 속에서 절제의 미덕을 고수하는 그들에게 존경심마저 느껴졌다. 그래서 사브는 한눈에 반할 수 있는 차는 아니다. 오래 함께해야 가치가 느껴질 것 같다. 판매 가격은 6750만 원.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