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왕실의 영화 보여주는 ‘달리는 궁전’
‘달리는 궁전’, ‘영국 여왕의 차’, ‘돈만으로 가질 수 없는 차’….
럭셔리카의 대명사 롤스로이스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표현이다. 이 표현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 롤스로이스 팬텀 쿠페가 최근 국내 시장에 화려하게 상륙했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무려 7억5000만 원. 1억 원대인 국산 최고급차가 위축될 만한 가격이다.
팬텀 쿠페에 들어간 6.75L의 V12 엔진은 453마력의 힘을 내뿜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8초에 이르고 최고속도는 250km다. 용량이 395L인 트렁크는 골프채 4세트를 넣을 수 있을 정도.
롤스로이스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태어나지 않았다. 100여 년 전부터 ‘완벽한 자동차’를 추구해온 덕이다.
1906년 영국 자동차 업계의 거장 헨리 로이스와 찰스 롤스는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해 롤스로이스를 설립했다. 브랜드명은 두 사람의 성(姓)에서 따왔다. 로고의 ‘RR’도 각자의 성을 뜻한다.
두 사람의 열정은 1907년 세계 최고의 차로 인정받은 ‘실버 고스트’를 탄생시켰다. 1930년엔 자동차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 왕실의 준남작 지위까지 받기았다. 이듬해에는 경쟁사 ‘벤틀리’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지금의 롤스로이스가 화려함만으로 태어난 건 아니다.
이 회사는 항공엔진 분야로 점차 사업을 확장하며 1973년 자동차 부문을 독립된 회사로 분리했다. 자동차 부문은 ‘롤스로이스자동차’란 이름으로 홀로 서며 재정문제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다가 1998년 결국 BMW그룹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여러 굴곡 속에서도 롤스로이스는 재기에 성공했다. BMW그룹은 2003년 ‘뉴 팬텀’을 선보이며 역사를 다시 쓴 것. 이 모델은 롤스로이스 고유의 디자인과 21세기 BMW 기술이 잘 결합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세월이 변했지만 수공에 대한 꿋꿋한 집념은 계속된다. 팬텀 한 대를 제작하려면 여전히 260시간 이상 장인의 손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고객들은 사소한 것도 주문 제작해 자신만의 롤스로이스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 탄생 100년이 넘었지만 세계 최고 부자들의 꿈으로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