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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ravel]포르셰… 치명적 유혹

입력 | 2008-08-25 03:00:00


포르셰 뉴 911 카레라s

‘포르셰 바이러스.’

포르셰를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포르셰를 사랑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포르셰 신봉자들이 퍼뜨린 말이어서 현혹될 필요는 없다.

그들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포르셰 ‘뉴 911 카레라s’ 모델을 가혹하게 테스트해봤다. 기자의 면역력이 강한 탓인지 일단 감염이 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잠복기는 지나봐야 할 것 같다.

○ 더욱 강력해진 911

911 모델은 포르셰의 대표 차종이다. 아니 911은 바로 포르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구리 모양으로 납작 엎드려 눈을 동그랗게 뜬 모양의 911은 카레라, 카레라s, 터보, GT3, GT2 등으로 세분되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은 비슷하다.

시승한 카레라s에 들어간 3.8L 6기통 수평대향(박서)엔진은 385마력이다. 직분사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모델보다 30마력이 올라갔으며 연료소비효율은 오히려 15% 좋아졌다.

가장 달라진 점은 변속기다. 수동변속기는 그대로지만 자동변속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대부분의 자동차가 사용하는 일반 토크컨버터 방식에서 수동변속기 기반의 트윈클러치 형식으로 진화했다. 변속기 내부는 수동변속기와 같지만 변속만 기계가 대신해주는 방식이다. 사실 이전의 5단 자동변속기는 포르셰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느린 반응 때문이었다.

포르셰에서 PDK로 명명한 이 변속기는 7단으로 프로레이서보다 빠른 변속 속도를 자랑한다. 동력의 전달감도 확실해져서 가속감이 한결 짜릿해졌다.

덕분에 가속성능은 4.5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를 수 있다. 론치컨트롤 기능을 사용하면 4.3초로 0.2초 단축된다. 이는 수동변속기 모델보다 0.4초가 빠르다. 이 기능을 사용해 실제 가속력을 측정한 결과 4.5초가 나왔다.

변속 스피드가 빠르면서 동력 직결감이 높아져 운전을 할 때 차와 운전자가 혼연일체가 되는 듯했다.

연비는 L당 약 10km 정도인데 실제로 고속도로를 얌전히 달리면 L당 14km까지도 가능했다. 이 역시 수동변속기 모델보다 4% 높은 수치다. 가속력에다 연비까지 더 좋은 PDK로 인해 포르셰에서도 수동변속기가 설 자리가 훨씬 좁아지게 됐다.

○ 편안함과 럭셔리를 더하다

포르셰는 정통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만큼 무게가 많이 나갈 수밖에 없는 편의장비에는 다소 인색한 편이었다. ‘편할 생각하지 말고 운전이나 재미있게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이 회사도 편하고 럭셔리함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었나보다.

열선과 통풍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트가 추가됐다. 스티어링 각도에 따라 조사각이 움직이는 헤드램프, 터치스크린 모니터, 주간 LED 드라이빙 램프, 리어 LED 램프가 새롭게 적용됐다. 많이 팔겠다는 욕심을 확실하게 드러낸 셈이다.

사실 포르셰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덤벼들기 때문에 이 같은 편의장치가 선택기준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개의 컵홀더와 USB 및 아이팟 입력장치, 블루투스 휴대전화 연결 기능도 제공된다.

○ 장점 혹은 단점

911 모델의 특징은 엔진이 뒤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스포츠카보다 엉덩이가 유난히 크고 무겁다. 이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전륜과 후륜의 밸런스를 맞추기 좋고, 가속 때는 구동되는 후륜에 좀 더 많은 힘이 실리기 때문에 바퀴가 헛돌 확률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또 앞이 가벼워서 핸들링이 빠르기도 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엉덩이가 무거워서 급한 커브길을 돌아나가거나 선회하면서 급가속을 할 때 후륜이 미끄러지면서 심한 오버스티어가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초기 911 모델들은 익숙하지 않으면 운전하기가 대단히 까다로웠다. 묘하게도 이런 까다로움은 911의 특징으로 승화돼 포르셰 바이러스의 확산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그 까다로움이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극한 상황까지 몰아대면 숨은 본성이 다시 살아난다.

카레라s의 안전장치를 끄고 드리프트 주행과 원선회를 위해 의도적으로 차체를 미끄러뜨리자 한 번 돌아가기 시작한 후륜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팽이처럼 계속 돌아가려는 성향이 대단히 강했다. 물론 기자의 운전실력이 미숙한 탓도 있겠지만 일반 후륜구동(FR) 스포츠카에 비해 컨트롤이 까다로운 것은 분명했다.

커브길에서 고속주행을 하며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움찔거리는 후륜의 느낌이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이런 맛에 포르셰를 타는 것일까.

시속 100km로 주행하다 발에 조금만 힘을 줘도 시속 200km를 쉽게 넘어버리고 가고 싶은 방향을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해도 어느새 차의 앞머리는 그쪽을 향해버리는 카레라s는 분명히 매력 덩어리다. 무쇠를 깎아 만든 것 같은 차체강성과 우렁찬 배기음도 빼놓을 수 없다.

고성능 스포츠카 중에는 빼어난 내구성과 실내 거주성으로 매일 타고 출퇴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너비 295mm의 초광폭 후륜타이어가 만들어내는 노면 마찰음은 시속 100km에서도 조용한 음악을 감상하기 힘들 정도라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포르셰 바이러스는 이번 새 모델의 출시로 더욱 악성으로 변한 것 같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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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주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