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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보다 안전… 오바마 ‘외교-국방 보완카드’ 선택

입력 | 2008-08-25 03:00:00



조지프 바이든 미국 민주당 부통령 지명자가 2005년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美민주당 부통령 후보 바이든 지명

29세 상원의원 당선… 30여년간 외교무대 활동

말더듬 딛고 달변가 변신… 호전적 투사 이미지


“그는 노동계급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언제나 약자의 친구였습니다.”

23일 오후 미국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의 옛 주정부 청사 인근 공터.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19개월 전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그 장소에 다시 섰다. 3만5000명의 군중을 상대로 연설을 마친 오바마 의원이 “이제 차기 미국 부통령을 소개하겠다”며 뒤를 돌아봤다.

드레스셔츠 차림의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이 오바마 의원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나란히 섰다.

47세의 초선인 흑인 대선 후보와 의정 경력 36년째(6선)로 백발인 66세의 백인 부통령 후보는 외견상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서민’ ‘약자’ ‘변화’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두 사람은 이구동성이었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자동차 세일즈맨 가정에서 자란 가톨릭신자인 바이든 의원은 “나와 오바마는 다른 장소에서 태어났지만 공통분모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적 투표 성향을 보여 온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상원의원 세비 16만5000달러와 아내가 대학에서 강의해 번 2만 달러를 제외하면 거의 수입이 없는 가난한 상원의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바이든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도 “여러분이나 나나 저녁 식사 테이블의 풍경은 같다. 우리는 각종 돈 낼 걱정을 하며 매일 지낸다”며 ‘집이 몇 채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부자인’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특권계층으로 몰아붙였다.

바이든 의원은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워싱턴에서 잠을 자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배경에는 비극적인 가족사가 자리 잡고 있다.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지 1년 만에 카운티 의원에 선출됐고 이어 29세 때 상원에 도전해 당선됐다. 하지만 그 직후 아내와 세 자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와 딸이 숨지는 비극이 닥쳤다.

당시 중상을 입은 어린 두 아들의 곁을 지키던 그는 상원의원 선서도 병상 옆에서 했고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워싱턴에서 윌밍턴 집까지 매일 기차를 타고 통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바이든 의원은 1977년 재혼해 딸을 한 명 더 뒀다. 큰아들은 2006년 델라웨어 주 법무장관에 선출됐고 주 방위군 지휘관으로 10월에 이라크에 파병될 예정이다.

바이든 의원은 1987년부터 1994년까지 법사위원장을 지냈고 1997년부터 외교위원회 랭킹 멤버(소수당 최고참 의원), 2001∼2003년 외교위원장을 맡았으며 2007년 1월에 다시 외교위원장이 됐다.

198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연설문 표절 논란에 휘말리면서 중도 사퇴했다. 이번 대선 민주당 경선에도 뛰어들었지만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 득표에 그치자 사퇴했다.

오바마 의원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히는 외교안보 경험 미숙을 보완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러닝메이트로 선정된 그는 신중한 언변의 오바마 의원과 달리 거침없는 언변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호전적인 투사형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는 최근 그루지야 사태 발발 후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그루지야를 방문하는 등 세계 외교무대에서 지명도가 높다.

한때 말을 더듬는 증세로 고생했지만 지금은 의회 내에서 입심 좋은 달변가로 통하는 그가 지난해 당내 선거운동 과정에서 오바마 의원에 대해 쏟아놓은 말들은 앞으로 공화당의 공격 소재로 활용될 수 있어 오바마 캠프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李대통령 당선되자 美의회 축하결의안 주도

한국인 美비자 면제가입 노력… 北-美 직접대화 중시


■ 바이든과 한국의 인연

조지프 바이든 미국 민주당 부통령 지명자가 2005년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0년 이상 상원 외교위원회 멤버로 활약해 온 조지프 바이든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자는 대표적인 외교안보통답게 한반도 주요 현안에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바이든 지명자는 지난해 12월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축전을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이 유지되도록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올해 2월 미 상원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 대통령 당선 축하 결의안도 바이든 지명자의 주도 아래 처리됐다. 그는 2005년에는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을 위해 국무부가 노력해 달라는 서한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내기도 했다.

바이든 위원장은 대표적인 대북(對北) 대화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에도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강조했으며 이를 위해 ‘대북정책조정관’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에는 반대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평소 한미동맹의 성격에 대해 “침략자 북한에 맞선 처절한 투쟁을 통해 형성됐고 50년 이상 한반도 안팎에서의 군사 활동을 통해 공고화됐다”고 설명해 왔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