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오른쪽)과 중국 런민일보 장옌눙 사장이 22일 베이징 런민일보사 7층 대회의실에서 대담을 하면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신문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김재호 本報사장- 장옌눙 中런민일보 사장 대담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장옌눙(張硏農) 중국 런민(人民)일보 사장의 대담은 베이징(北京) 올림픽 폐막을 이틀 앞둔 22일 오후 4시 베이징 런민일보사 7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번 대담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의 의의, 인쇄매체의 위기 등 폭넓은 주제가 다양하게 거론됐다. 특히 김 사장과 장 사장은 이번 회동을 시작으로 양국 국민의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양국 대표언론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자고 뜻을 모았다.
김 사장은 장 사장과의 1시간여 대담 이후 런민일보 편집실 등 런민일보사 본사 사무실과 런민일보의 인터넷 사이트인 런민망 건물 등을 돌아봤다. 이후 이어진 만찬은 오후 8시를 넘어서야 끝났다.
두 사장의 대담에는 우헝취안(吳恒權) 총편집인, 허충위안(何崇元) 부사장, 황치샹(黃其祥) 런민망 부총재, 장량(張亮) 외사국장, 쉬바오캉(徐寶康) 고급편집기자, 자오자밍(趙嘉鳴) 외사국 부국장 등 주요 간부 9명이 배석했고 만찬에는 우 총편집인을 비롯한 최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장 사장을 비롯한 런민일보 간부들은 한중 수교 직후 한국 언론과는 최초로 제휴관계를 맺은 본보와의 16년에 걸친 장기간의 굳은 유대를 강조했고 앞으로의 협력을 주문했다. 이날 회동에서 오간 대화를 정리했다.
▽장 사장=김 사장이 와서 매우 기쁘다. 런민일보와 동아일보는 16년에 걸쳐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2000년 동아일보 창간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김 사장=런민일보에 처음 온다. 베이징올림픽 폐막식에 본보를 비롯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싱가포르의 롄허(聯合)조보 등 3개사만을 초청했다고 들었다. 베이징에 온 것은 1999년 이후 9년 만이다. 한국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베이징의 10년은 강산이 여러 번 변했다는 느낌이다.(웃음)
▽장 사장=베이징의 변화는 올림픽을 위해 수많은 기초설비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림픽을 위해 ‘녹색 올림픽, 과학기술 올림픽, 인문 올림픽’이라는 3대 이념을 표방했다. 이 3대 이념은 단지 올림픽만을 위한 게 아니다. 중국의 현대화 과정의 중심 이념이다.
▽김 사장=개인적으로 시선을 끈 게 인문 올림픽이다. 역대 어느 올림픽도 이런 철학적 개념을 가지고 올림픽을 치른 적은 없다. 중국의 ‘100년의 꿈(百年之夢)’이 이뤄진 데 대해 동아시아인으로서 축하한다. 20세기가 서양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동양의 문화가 다시 꽃피는 시대가 될 것 같다.
▽장 사장=한중 관계가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해한 부분, 특히 양국 젊은이들 사이에 정서상의 격정적인 문제가 있는데 (이들의) 정서가 소통될 수 있도록 (두 신문이)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또 동아일보의 베이징 특파원과 런민일보의 서울 특파원이 서로 생각과 방법을 주고받기를 원한다. 평소에도 정기적인 교류를 갖도록 하자. 이번 방문을 통해 양사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자. 런민일보와의 관계는 김 사장 부친(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께서 처음 시작했다. 김 사장 부친과 사오화쩌(邵華澤) 당시 런민일보 사장이 이룩한 좋은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자.
▽김 사장=런민일보와 동아일보가 서로 협력해 보도함으로써 양국 국민이 서로 오해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가자는 데 동의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런민일보의 런민망과 동아일보의 동아닷컴, 아사히신문의 아사히닷컴이 서로 콘텐츠 교류를 하고 있다.
▽장 사장=한국의 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은 이미 하나의 매체가 됐다. 어떻게 대책을 세우고 있나.
▽김 사장=한국 3개의 이동통신회사 가운데 한 회사에 시범적으로 기사를 공급한다. 원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기사를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로 보낸다. 한국 언론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인터넷은 무료라는 인식이다.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읽고, 신문은 구독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장 사장=우리도 신기술의 발달을 어떻게 이용할까 고민한다. 중국의 많은 젊은이가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만 신문을 보고 있다. 인터넷에는 정확하지 않은 소식이 있다. 이런 소식은 국민의 정서에 쉽게 영향을 미친다.
▽장 사장=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올림픽이 폐막하자마자 다음 날인 25일 한국에 간다. 양국 관계가 매우 밀접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김 사장=그 뉴스를 듣고 놀랐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어느 정도 중시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1992년 한중수교 직후 제휴
동아일보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와 교류를 시작한 시점은 16년 전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사는 한중 수교일인 1992년 8월 24일에서 채 20일도 지나지 않은 9월 11일 상호 제휴에 합의했다. 당시 런민일보는 김병관 당시 동아일보 사장 등 대표단 6명을 초청했다. 동아일보는 중국을 방문한 최초의 한국 언론사였다.
그 뒤 양사는 지금까지 공동 심포지엄, 공동 기전(棋戰) 등 각종 사업은 물론이고 2002년 6월의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기사 협력, 2008년 8월의 베이징 올림픽 콘텐츠 교류 등을 통해 밀접한 관계를 이어 왔다.
런민일보는 1948년 6월 15일 창간됐다. 발행 부수는 250만 부가 넘으며 중국 전역과 100여 개국에서 발행된다. 런민일보사는 런민일보 외에 국제 뉴스를 다루는 환추(環球)시보 등 13개에 이르는 일간 및 주간신문, 그리고 14개의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